영화 '빨간 마후라' 스틸컷
영화 '빨간 마후라' 스틸컷
1964년 개봉한 영화 '빨간 마후라'. 영화를 본 적 없어도 제목은 익히 들어봤을 만한 유명작이다.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작가 한운사(1923~2009년)다. 오늘날 K컬쳐의 근간이 된 '1세대 방송작가'로 꼽힌다. 영화 '남과 북' '아낌없이 주련다' 등을 집필했다. 동시에 그는 장편소설 <현해탄은 알고 있다> 등을 남긴 소설가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운사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다.

2일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 작가를 비롯해 박용구, 방기환, 정한모, 한성기, 홍구범 등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2001년부터 개최돼온 문학제는 그 해에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을 기리고 그들의 문학을 연구한다.

올해 주제는 '발견과 확산 : 지역, 매체, 장르 그리고 독자'다. 오는 11일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12일 마포중앙도서관 6층 마중홀에서 젊은 작가들이 탄생 100주년 문인의 주요 작품을 낭독하는 '문학의 밤' 행사도 갖는다.

기획위원장을 맡은 우찬제 문학평론가(서강대 교수) 등을 비롯해 기획위원들이 논의를 거쳐 올해 대상 작가를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김춘수 시인 등이 주인공이었다. 그에 비하면 올해 대상 작가는 대중들에게 생소한 이름들이다. 작가로서의 면모도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문학사에 이들이 기여한 공로는 작지 않다.
정한모 작가. 대산문화재단 제공
정한모 작가. 대산문화재단 제공
예컨대 '1세대 국문학자' 정한모는 휘문고 국어교사,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출신이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문화공보부 장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멸입'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아가의 방' '나비의 여행' 등을 썼다.

그가 한국문학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문공부 장관 시절 월북 및 납북 문학 예술인에 대한 해금(解禁) 조치를 단행했다. 그간 남한에서 출판이 금지돼있던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등이 그렇게 다시 독자를 만나게 됐다. 이들에 대한 학술 연구도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들은 일제강점기 중에 태어나 대개 해방기에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잃었던 모국어를 되찾은 이들은 한국문학을 재건하는 데 앞장섰다. 홍구범은 동료 문인들과 문예지 <문예>를 창간했고, 이 잡지는 젊은 문학인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새로운 문학을 논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제 역시 '공론의 장'을 지향한다. 대산문화재단 측은 "문학관의 차이, 문학사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 정치적 차이(친일, 월북)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근대 문인들이 선택 또는 배제돼왔다"며 "이 행사는 통합과 포용의 문학사를 지향함으로써 작가들의 문학적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장으로, 23년째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은 현장 행사와 더불어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참석을 위한 사전신청 방법 및 보다 자세한 내용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학의 밤의 경우 현장행사를 마친 뒤 촬영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