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으로 뛰어든 세 명의 젊은이…'더 포가튼 배틀' [별 볼일 있는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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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향하던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유럽 본토에서의 승기는 연합군이 잡았다. 두 달간의 싸움 끝에 독일군은 서부전선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인들은 독일군으로부터 해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다.
연합군이 유럽 본토에 있는 부대에 물자를 보급하려면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구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독일군이 네덜란드 남서부의 셸드강을 장악한 탓에 물자보급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만큼 독일군은 이 지역을 지키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2021년 10월 처음 선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포가튼 배틀'은 네덜란드 남서부 항구도시 플리싱언에서 일어난 '셸드강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네덜란드에서 만든 이 영화는 마테이스 판헤이닝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바타 2: 물의 길'(2022)에서 제이크 설리의 아들 역을 맡은 제이미 플래터스부터 하이스 블롬, 쉬잔 라더르 등 네덜란드 출신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작품의 무대부터 생소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세계 전쟁사에 남을만큼 유명한 장소가 아닌 네덜란드의 한 작은 도시에 있는 강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렸다. 이야기는 자의 또는 타의로 전쟁에 휘말린 평범한 청년 세 명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독일 해군 돌격대 병사 판스타베런은 동료를 잃은 후 줄곧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전선에서 상해를 입은 뒤 네덜란드 전선으로 재배치된다.
반대 진영의 영국인 조종사 윌은 철없는 호승심에 불타오르는 초보 파일럿이다. 고위 군 간부였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참전했다가 독일군 점령지 한 가운데에 불시착한다.
나치 치하 시청의 행정직 사무원이었던 퇸은 평범하게 사는 여성이다. 하지만 남동생 디르크가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게 들통 나 고문을 받아 사망한 뒤 퇸의 삶도 바뀐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나치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 그는 동생이 남긴 독일군 작전계획을 연합군에 전하기 위해 전장으로 향한다.
영화는 주인공 세 명의 사연을 옴니버스식으로 각각 풀어낸다. 그러다 셸드강 전투에서 '우연히'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 명의 시선을 공유하며 '나'가 아닌 '우리'의 차원에서 전쟁의 참상을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 등 전쟁을 다룬 다른 작품만큼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진 않다. 총탄이 빗발치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할 수도 있다. 출연한 배우들과 전쟁의 배경이 되는 공간도 낯설고 평범하다.
이런 평범함은 오히려 전쟁의 비극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80여년전 '잊혀졌던 전쟁'은 이렇게 스크린을 통해 부활했다. 셸드강 전투는 연합군 3231명, 독일군 4250명, 민간인 228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연합군이 유럽 본토에 있는 부대에 물자를 보급하려면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구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독일군이 네덜란드 남서부의 셸드강을 장악한 탓에 물자보급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만큼 독일군은 이 지역을 지키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2021년 10월 처음 선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포가튼 배틀'은 네덜란드 남서부 항구도시 플리싱언에서 일어난 '셸드강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네덜란드에서 만든 이 영화는 마테이스 판헤이닝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바타 2: 물의 길'(2022)에서 제이크 설리의 아들 역을 맡은 제이미 플래터스부터 하이스 블롬, 쉬잔 라더르 등 네덜란드 출신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작품의 무대부터 생소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세계 전쟁사에 남을만큼 유명한 장소가 아닌 네덜란드의 한 작은 도시에 있는 강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렸다. 이야기는 자의 또는 타의로 전쟁에 휘말린 평범한 청년 세 명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독일 해군 돌격대 병사 판스타베런은 동료를 잃은 후 줄곧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전선에서 상해를 입은 뒤 네덜란드 전선으로 재배치된다.
반대 진영의 영국인 조종사 윌은 철없는 호승심에 불타오르는 초보 파일럿이다. 고위 군 간부였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참전했다가 독일군 점령지 한 가운데에 불시착한다.
나치 치하 시청의 행정직 사무원이었던 퇸은 평범하게 사는 여성이다. 하지만 남동생 디르크가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게 들통 나 고문을 받아 사망한 뒤 퇸의 삶도 바뀐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나치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 그는 동생이 남긴 독일군 작전계획을 연합군에 전하기 위해 전장으로 향한다.
영화는 주인공 세 명의 사연을 옴니버스식으로 각각 풀어낸다. 그러다 셸드강 전투에서 '우연히'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 명의 시선을 공유하며 '나'가 아닌 '우리'의 차원에서 전쟁의 참상을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 등 전쟁을 다룬 다른 작품만큼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진 않다. 총탄이 빗발치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할 수도 있다. 출연한 배우들과 전쟁의 배경이 되는 공간도 낯설고 평범하다.
이런 평범함은 오히려 전쟁의 비극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80여년전 '잊혀졌던 전쟁'은 이렇게 스크린을 통해 부활했다. 셸드강 전투는 연합군 3231명, 독일군 4250명, 민간인 228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