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지노믹스는 제노스케이프에 약 10억원을 투자한다고 3일 밝혔다. 제노스케이프는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가 동남아시아 진단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임신·육아 플랫폼 ‘마미톡’, 희귀질환 통합솔루션 ‘레어노트’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제노스케이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30%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랩지노믹스와 휴먼스케이프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전체 분자진단 서비스와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분석,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공동 개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에서 협력한다.국내 최다 산모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마미톡과의 협력으로 상생(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랩지노믹스 측은 기대하고 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이번 제노스케이프 투자는 단순 투자를 넘어 2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다방면으로 협력해 한국의 NGS 기술을 해외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개인 진단 콘텐츠와 재미 요소를 결합한 DTC 유전자 검사를 제공해, 동남아 DTC 유전자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은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 탈모, 혈당 등의 정보뿐 아니라 각종 유전질환 및 암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유망 기술이다. 하지만 NGS 장비는 미국 일루미나 등 소수의 해외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세대 바이오 분야의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비 의존도 높은 유전체 분석NGS는 질환 진단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되는 기반 기술로 꼽힌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해주는 차세대 기술이기 때문이다. NGS는 암뿐만 아니라 임신부의 혈액에 존재하는 태아의 DNA를 분석해 다운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을 알아내는 데도 쓰인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NGS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설립된 한국유전체기업협의회 회원사만 26곳에 달한다.30억 쌍에 이르는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려면 전용 장비가 필수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NGS 장비 해외 의존율은 100%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에 따르면 NGS 장비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 일루미나의 글로벌 점유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나머지는 써모피셔(미국), BGI(베이징게놈연구소·중국), 팩바이오(미국) 등이 나눠 갖고 있다. NGS 장비 ‘100%’ 수입문제는 유전체 분석 경쟁력이 장비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최신 장비일수록 염기서열 데이터 분석 속도가 빠르고 정확해서다. 이 때문에 최신 장비가 나올 때마다 장비 가격은 두 배 넘게 뛴다. 48시간 안에 6테라바이트(TB) 용량을 처리하는 일루미나의 ‘노바식6000’ 가격은 10억~11억원대였는데, 노바식6000보다 처리량을 2.5배 높여 지난해 10월 출시된 ‘노바식X’ 가격은 19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국내 진단업체 대표는 “장비를 100% 수입하다보니 국내 기업이 가격 협상력을 갖기는커녕 먼저 도입하려고 줄을 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NGS 장비 가격은 급등하고 있으나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단기업은 물론 병원 등에서도 사용하면서다.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와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의료기관뿐 아니라 국립암센터 및 질병관리청 같은 국공립 기관에서도 NGS 장비를 갖춰놓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장비, 시약, 분석서비스 등 NGS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130억달러에서 2027년 27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장기적 관점 R&D 필요”NGS 장비 독과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루미나가 1세대 유전체 해독기를 개발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견고하던 NGS 장비 시장 독점을 깬 기업은 중국의 BGI였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일루미나 기기 100여 대를 사들여 분석하고 자체 개발한 끝에 약 5~6년 전부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바이오업계에서는 NGS 분석 기술을 열심히 개발할수록 일루미나와 BGI 등 해외 장비 기업들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태순 유전체기업협의회장은 “지금의 시장 생태계가 공정거래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국가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이나 정부의 펀딩 등을 통해 NGS 분석 소프트웨어 및 장비를 자체 개발하는 연구개발(R&D)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체외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가 미국 비뇨의학회에서 방광암 조기진단 제품 ‘얼리텍-B’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향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임상도 진행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지노믹트리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비뇨의학회 학술대회(AUA)에서 ‘방광암 재발 모니터링 탐색 임상 결과’를 공유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최영득 연세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주도로 방광암 1차 치료 후 재발 여부를 추적하고 있는 환자 18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소변으로 얼리텍-B 검사를 수행한 뒤 진단 성능을 분석했다. 지노믹트리 관계자는 “임상 결과 얼리텍-B의 진단 민감도는 90%”라며 “얼리텍-B 검사 음성인 환자는 양성인 환자에 비해 재발 가능성도 유의하게 낮아, 향후 예후예측을 위한 진단 제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방광암은 보통 혈뇨를 동반한다. 현재 혈뇨 환자가 방광암에 걸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방광경 등의 침습적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요도를 통해 방광 내시경을 삽입해야 한다. 이는 환자들에게 고통 및 심리적 불편함을 유발한다고 했다. 최영득 교수는 “얼리텍-B는 소변을 사용한 비침습적 검사”라며 “방광경 검사를 꼭 받아야 할 환자군을 선별해 방광암 재발 진단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는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확증 임상시험을 국내외에서 신속히 마무리하고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며 “FDA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