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부채·유통주식 비율 50% 미에 신용잔고 5% 이상인 20개 종목
동국산업·방림, 개인 대주주 지분 절대적인 지배구조까지 비슷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에서 시작된 폭락 사태를 놓고 ‘신종 주가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배구조나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종목을 대상으로 호재성 정보를 흘려 단기간에 주가를 올리는, 기존 주가조작 방식과 달라서다.

의혹을 받고 있는 H투자자문은 재무·수익 구조가 안정적이지만 시장의 관심이 떨어지는 종목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같은 매매는 3년여 동안 이어졌지만, 폭락사태 이전까지 당국과 증권사의 감시망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폭락사태를 맞은 8개 종목 중 다올투자증권과 다우데이타를 제외한 6개 종목에는 부채비율이 낮고, 유통주식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성홀딩스와 선광 이외 6개 종목은 폭락사태 직전인 지난달 12일의 신용잔고율이 1년 전 대비 급증했다는 점에서도 비슷했다. 대체로 한자릿수 초반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해온 점도 눈에 띈다.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폭락사태를 맞은 8개 종목과 비슷한 종목을 추렸다. 조건을 △시가총액 2조원 미만 △부채비율 200% 미만 △유동주식 비율 50% 미만 △최근 5년간 연간 영업이익률의 표준편차 3 미만 등으로 설정해 추려진 종목은 모두 362개다.

이중 지난달 28일의 신용잔고 비율이 5% 이상인 종목은 폭락사태를 맞은 선광과 서울가스, 대성홀딩스를 포함해 모두 20개였다. 특히 선광은 반대매매로 인한 폭락사태 이후에도 신용잔고 비율이 10.56%로 추려진 종목 중 가장 높았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두 번째로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은 화장품 유통·무역 업체인 실리콘투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기준 신용잔고 비율은 7.67%로, 1년전(1.48%)이나 연초(3.50%) 대비 크게 늘었다. 다만 주가는 1년 전보다 10.8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31.25%다.

신용잔고 비율이 세 번째로 높은 청담글로벌(7.37%)는 연초 이후 오히려 주가가 11.53% 하락했으며, 뒤를 이은 세아메카닉스(7.35%)와 현대공업(6.85%)은 실리콘투와 마찬가지로 1년 전부터 연초까지는 주가가 하락했다가 연초 이후 각각 42.79%와 33.66% 올랐다.

1년 전보다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동국산업으로, 104.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용잔고 비율은 1.19%에서 5.22%로 불어났다. 특히 이번 하한가 폭락사태가 발생한 기업들의 지배구조처럼 개인 대주주가 회사를 지배한다는 점도 비슷했다. 동국산업은 동국제강그룹에서 계열분리한 특수강판 회사로, 최대주주인 장세희 부회장을 비롯한 10인이 지분 50.16%를 보유 중이다. 장세희 부회장은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동국산업으로부터 인적분할한 동국알앤에스도 신종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종목들과 비슷한 재무·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동국산업 계열사인 동국S&C와 장세희 부회장을 비롯한 8인의 지분율이 53.27%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59.26%로 낮다. 신용잔고 비율이 지난 1년동안 7.11%에서 6.27%로 줄었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다만 연초 이후 주가가 49.68% 오르는 동안 신용잔고 비율이 6.14%에서 소폭 늘었다.

면방제조사인 방림의 주가도 1년 전과 비교해 88.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용잔고 비율은 3.85%에서 5.54%로 확대됐다. 영업이익률은 대체로 1%대에서 움직이지만, 부채비율이 31.19%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인 서재희 회장 보유지분(37.04%)과 자사주를 합친 지분율은 51.02%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