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피의자 송영길 전 대표가 어제 검찰 청사 앞에서 궤변과 독설 쇼를 벌였다. 금품수수 논란은 송구하지만 동시에 검찰의 잔인한 정치기획수사라는 등 도통 이해하기 힘든 모순된 발언을 쏟아냈다. 출두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독선을 넘어 사건 수사를 ‘중앙지검 공안1부에 맡기라’는 오만한 요구까지 내놨다.

허탈하게도 그의 출두 목적부터 ‘조사’가 아니라 담당 고위 검사와의 ‘면담’이었다. 그는 검찰청사에 도착해 안내직원에게 “언론을 통해 밝힌 대로 면담하러 왔다”고 우겼다. 면담이 불발하자 곧바로 준비해 온 A4용지 6장 분량의 장황한 입장 발표문을 읽어내렸다. 연이은 기자 질문 때도 앞뒤 안 맞는 답변을 늘어놓으며 잘 짜인 각본을 빈틈없이 실행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50여분은 선동이 넘쳤을 뿐 국민이 궁금해하고 의구심이 큰 사건의 실체에는 철저히 함구했다. “돈봉투 살포가 없었다는 것이냐, 몰랐다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비켜 갔다. “검찰은 조사가 어렵다고 했는데 왜 일방 출두했느냐”고 묻자 “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나를 돌아오게 만드나” “필요할 때 소환했으면 맞춰서 왔을 것 아니냐”며 되레 화를 냈다. 당내에서 ‘출당’ 얘기까지 거론되자 떠밀리듯 프랑스에서 귀국해 놓고는 검찰 탓을 하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주범으로 지목한 강래구를 수사했지만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검찰 수사가 짜맞추기라고 비난했다.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가 일정 부분 수집됐지만 증거인멸 우려를 단정하기 어려워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는 점은 변호사 출신인 그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격살인하지 말고 “나를 구속하라”고 가슴을 치며 외쳤다. 민주주의를 수십 년 후퇴시킨 파렴치 범죄 혐의를 받으면서 양심수나 민주 투사처럼 행동하는 이중성에 어처구니가 없다. 몇 달 전 출두 날짜를 검찰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황제 출석한 뒤 비겁하게도 묵비권을 행사한 이재명 대표가 연상된다. 같은 당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나를 소환하고, 체포영장을 즉시 집행하라’고 주장한 뒤 낯부끄러운 댓글 여론 조작과 집무실 금품수수가 드러나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송 전 대표가 지금 할 일은 자진 출두 쇼가 아니라 사건 실체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