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어의 붐, 한국어의 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가 화면에 나타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국회의사당에 밤이 내려앉고 야경을 비추는 조명이 환하게 켜지면서 동유럽의 장미니, 유럽 3대 야경이니 하는 진행자의 설명에 수긍이 간다. 그런데 사실 눈부시게 화려한 부다페스트의 현실 속 야경이나 웨스 앤더슨 감독이 상상 속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보여준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감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철도까지도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그곳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아름다운 풍광과 일상의 음식을 소개하는 두 사람이 있다. 돼지 칩을 갈아 만들었다는 이름도 생소한 퇴푀르퇴 크림을 잣 맛이 난다는 헝가리 식빵에 발라 먹으면서 그 맛이 어떤지 설명하는 이들은, 그걸 먹으러 부다페스트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얼마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어로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던 이 헝가리인들은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출신인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과 한국어 통역회사 대표라는 그녀의 친구였다. 한국의 시청자에게 방송을 통해 헝가리를 소개하면서 뿌듯해하는 모습은 능란한 한국어 실력만큼이나 눈에 띄었다.

멀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의 세종학당에도 이목을 끄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한 온라인 잡지 운영자는 한류 스타와 남아공 한류 팬의 적극적 소통과 교감에 집중하고 있었다. 유명 아이돌과 한류 스타 배우들이 기꺼이 영상 인터뷰에 응했다니, 그 섭외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이 변호사의 목표가 한국 문화 소개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 필자에게는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한국의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그녀는 아프리카와 한국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가족 중심적 사고의 유사성에 대한 코멘트도 놓치지 않았다.

부다페스트와 프리토리아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보인다. 한류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 친구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국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흥밋거리나 교실에서 다루어지는 학습 재료를 넘어, 자신들의 이야기와 문화를 나라 밖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과언일까. 이런 변화와 함께 교실 안팎의 한국어 학습자나 한류 팬들과의 소통에서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과 포용은 더욱 중요해졌다. 굳이 최근 한국어 교육에서 강조되는 상호문화주의와 문화교육의 목표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여기에는 근거 없는 문화적 우월감은 설 자리가 없다.

‘한국어의 붐’에 봄을 맞이한 한국어로, 진정한 상호문화교류가 일어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