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10년 전부터 AI '눈독'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10년 전부터 AI 연구에 주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개발 경쟁에서 앞서나가자 머스크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 CEO가 10여 년간 AI 개발에 매진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연달아 AI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과 완전히 다른 행보다. 이날 머스크는 트위터에 “선의에 따른 AI 의존조차 기계 작동법을 잊어버릴 수준이 되면 인류 문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 CEO는 여러 차례 AI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인간의 힘으론 AI를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머스크는 1000여 명의 석학과 함께 “6개월간 AI 개발을 중단하자”는 공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말과 행동이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뇌신경 스타트업 뉴럴링크,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 등 머스크가 추진한 신사업에 모두 AI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인 이고르 바부슈킨을 영입해 AI 스타트업인 X·AI를 설립했다. 챗GPT가 거짓말을 한다며 진실을 추구하는 ‘트루스(truth) GPT’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언행이 상반된 이유는 AI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0년 머스크는 AI 스타트업 딥마인드에 초기 투자했다. 3년 뒤 딥마인드를 인수하려 했지만 구글에 밀렸다.

머스크 측근은 WSJ에 “당시 머스크는 AI 연구를 주도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2015년 샘 알트먼과 함께 오픈AI를 설립했다. 2018년 테슬라와 오픈AI 사이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져 머스크는 의장직을 내려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