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엠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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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할배'(할아버지의 경상도 지역 사투리)시죠. '우리 아버지랑 아주 똑같네', '많이 늙으셨구나'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야생화에 꽂힌 이상한 대통령. 전직 대통령의 사저 비서관의 말처럼, '대통령 문재인'이 아닌 여느 '시골 할아버지' 같은 '사람 문재인'의 모습을 강조한 영화가 탄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수염을 다듬거나 정리하는 법을 몰라서 이제 이걸 멋있게 다듬는 게 내 숙제"라고 웃어 보였다.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돌아가 보내는 일상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 도착해 지난봄부터 가을까지의 모습이 시간 순서대로 선보여진다.
사진=엠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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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문 전 대통령이 편한 복장으로 반려견 '마루'와 '토리', 반려묘 '찡찡이'와 함께 마을을 산책하거나 삽을 들고 사저 텃밭을 가꾸는 모습 등을 가까이에서 포착했다. 문 전 대통령이 피곤한 듯 평상에 누워 낮잠을 청하거나 텃밭에 무엇을 심을지를 두고 김정숙 여사와 논의하는 모습 등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이후의 평범한 일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시골 생활 특유의 고즈넉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전원생활과 함께 일부 보수단체 등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연일 이어지는 모습도 동시에 선보여진다. 한 주민은 "소나기가 왔으면 좋겠다. (시위대가) 도망가게"라고 호소할 정도로 시위대의 소음은 평산마을을 시끄럽게 만든다.

문 전 대통령은 확성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와 그의 아내에 대한 모욕성 발언에도 묵묵히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꾼다. 자신의 삶을 지키는 일이 퇴임 후의 삶을 보장하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일 중 하나가 식물과 동물을 애정을 담아 길러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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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은 덜어냈다. 다만 퇴임 후 불거진 송강·곰이의 반환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이 담겼다. 송강·곰이는 북한으로부터 선물 받은 '대통령 기록물'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에서 직접 송강·곰이를 산책시키며 애정을 갖고 돌봤지만 "정상회담에서 받은 선물이라 행안부가 제3자한테 위탁 관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기로 약속했던 것인데 지금까지 되지 않고 있다"며 "6개월 동안 아무런 근거 규정 없이 제가 대통령 기록물을 계속 관리하는 중이기 때문에 위법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반환 이유를 설명했다.

"5년간 이룬 성취가 무너졌다"는 취지의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최종 상영본에는 결국 담기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그 발언이 편집됐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업과 평가는 측근들의 입을 통해 전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전 정책실장,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김의겸 전 대변인 등 참모들의 증언을 비롯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문성현 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등도 그의 대통령 시절을 회고한다.
사진=엠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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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궁금해했던 '인간 문재인'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물론이고 대통령 시절 그의 열정과 성과를 압축해 담아냈다. 지지자들의 기대감은 이달 중순 개봉관 확보를 위한 진행된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액 3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14억8782만원을 후원받으며 입증됐다. '문재인입니다'가 개봉 후 이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5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