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국민의힘, 상습체불 근절대책 발표…형사처벌에 경제제재 추가
이정식 "우리나라 임금 체불액, 일본 18배…마약 같아"
임금체불 한해 1조3천억원…상습체불 사업주 신용대출 제한(종합)
정부가 근로자에게 상습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경제적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3일 이 같은 내용의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연도별 임금체불 규모는 2018년 1조6천500억원, 2019년 1조7천200억원, 2020년 1조5천800억원, 2021년 1조3천500억원, 작년 1조3천500억원이다.

피해 근로자는 2018년 35만명, 2019년 34만5천명, 2020년 29만5천명, 2021년 25만명, 작년 24만명이다.

특히 2회 이상 체불이 반복되는 사업장이 전체의 30%이고, 체불액 규모로는 전체의 80%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노동개혁'을 위해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면서 포괄임금제 남용이나 임금체불, 공짜야근 등 사업장의 불법·편법 관행도 손보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당정은 1년 동안 근로자 1명에게 3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주지 않거나, 1년 동안 여러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임금을 체불하고 그 총액이 3천만원 이상인 경우를 상습체불로 규정했다.

지난해 이 기준에 해당하는 체불액은 전체(1조3천500억원)의 약 60%인 8천억원으로, 사업장은 약 7천600곳에 달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는 신용 제재, 정부 지원 제한 등 경제적 제재를 추가하기로 했다.

임금 체불 자료는 신용정보기관에 제공돼 대출·이자율 심사나 신용카드 발급 등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제한되고, 공공 입찰 시에는 감점된다.

현재도 형사 처벌과 명단 공개, 신용 제재, 지연 이자 등 여러 제재 수단이 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형사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데, 벌금 액수가 체불액의 30% 미만인 경우가 77.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정은 체불 청산을 위한 자금 융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까다로운 융자 요건을 없애고 한도를 상향하는 한편 상환 기간도 연장할 예정이다.

상습 체불한 사업주가 돈을 빌려서라도 체불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제재를 면제할 계획이다.

국가가 체불임금을 사업주 대신 근로자에게 지급한 뒤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대지급금 제도도 개선한다.

대지급금을 갚지 않은 사업주를 신용 제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고액·반복 수급 사업장은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공짜 야근', 임금 체불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해 근로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재산을 은닉하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악의적 체불 사업주는 체포·구속 등 강제 수사할 방침이다.

체불이 특히 자주 일어나는 건설업에서 발생한 체불 사건에 대해서는 불법 하도급 여부를 조사해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추가 행정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퇴직자의 체불 임금에 대해서만 사업주에게 지연이자를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재직자의 체불 임금에 대해서도 부과할 방침이다.

이정식 장관은 "임금 체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임금 체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일본이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클 텐데 임금 체불액은 우리가 18배 정도 많다"며 "임금 체불은 마약 같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과 임이자 의원을 비롯한 국회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임 의원은 이 장관과 별도 브리핑에서 "임금은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본질적 권리"라며 "당 차원에서 체불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후속 입법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이 더 세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다"며 "이와 관련해 한 번 더 당정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동부는 이날 대국민 노동행정 서비스인 노동포털(labor.moel.go.kr)을 정식 오픈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진정서를 제출한 뒤 처리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노동부는 사업주가 근로자별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면 근로 시간과 임금, 각종 수당 등이 자동 계산될 수 있도록 임금명세서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