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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켓PRO] "시장 위험 감안해도 적정 환율은 1255원…원화약세 펀더멘탈이 해소"


금년 들어 미 달러화 대비로나 다른 통화 대비로도 원화는 약세이다. 4월 말 기준으로 달러/원 환율은 연초 환율에 비해 65원이 상승했고, 상승률은 5.1%이다. 반면 유로/달러 환율은 연초에 비해 117원이 급등했으며, 상승률은 무려 8.6%에 달한다. 일본 엔화에 비해서도 약세이다.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이지만, 원화가 더 약세를 보임에 따라 엔/원 환율이 오히려 연초에 비해 1.07%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화의 약세, 달러/원 환율의 상승에도 국내 증시는 상승했다. KOSPI 지수는 연초 2,225pt에서 4월 말에는 2,500pt를 상회하여 연초 대비 수익률은 12.4%를 기록했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16.8% 상승한 가운데 S&P500 지수는 8.6% 상승에 그쳤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긴축 종료와 성장주에 대한 선호, 위험회피심리 완화 등에 주가는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긴축 사이클 종료가 임박하고 주가는 상승하는 등 위험회피심리도 완화되었지만, 원화는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배당금 역송금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었으나, 이 역시 4월 말에는 대부분 지급이 종료되었다. 미국에서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우려되어 해외자본이 유출되지는 않고 있다.

결국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는 수출 부진과 펀더멘털 외적인 요인이 여전히 원화에는 약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수출은 4월에도 전년동월대비 14% 감소했다. 수입 역시 13% 감소하여 무역수지 적자는 3월 46억 달러에서 4월에는 26억 달러로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전년대비로 40% 이상 급감하고,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등이 가격 하락으로 수출 역시 20% 이상 감소했으며, 중국으로의 수출도 여전히 부진하다. 그나마 자동차, 선박 등 운송장비 수출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여 전체 수출 감소를 방어해주고 있다.

수출은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봉쇄조치를 해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있지 않다. 그 동안 생산 활동을 중단하여 재고도 상당히 많이 쌓여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경기부양 의지 등이 중국의 공장 가동을 끌어올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기술 갈등이 지속되고 이러한 양상이 한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수출, 반도체, 원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결국 펀더멘털을 통해 해소될 것이다. 이미 펀더멘털을 반영한 환율 수준은 현재보다 현저히 낮은 1,200원대 중후반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의 환율 전망치도 1,270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현재 1,300원대 환율은 과도하게 높은 환율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 금리차와 경상수지 격차, 국제유가 및 한국 국채 위험 지표인 CDS, 그리고 중국 달러/위안 환율 등으로 추정해본 달러/원 환율의 적정 수준은 1,200원 내외이며, 시장의 위험고조를 감안하더라도 1,255원 정도이다. 그만큼 현물 환율은 과도하게 높은 환율 레벨이라고 판단되며, 이는 경제 외적인 요인, 특히 수급과 심리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 환율은 중기 환율,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할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환율은 1,300원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