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확장공사서 사격장 존재 알려져…사전협의 없어 주민 불안 가중
경남 민주당 "사업 공개해야…강행시 미대사관 항의 방문 등 저지투쟁"
1972년부터 있었다는데…주민 발끈한 미군사격장 '깜깜이 공사'
경남 창원 도심 한복판에서 훤히 보이는 야산에 주한미군 전용 소총 사격장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방부와 미군 측의 깜깜이 공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창원시 등 설명을 종합하면 창원 도심에서 주한미군 사격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비교적 최근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창원 의창구 팔용동 일원에서 훤히 보이는 야산(팔용산) 중턱이 어느 순간 텅 비어버렸기 때문이다.

주변 도심에서 누가 보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서 벌목공사가 진행된 탓에 일부 주민들이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그 답은 주한미군 소총 사격장 건설로 확인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사격훈련 소음 및 오발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하며 창원시 등 지자체에 잇따라 민원을 넣고 있다.

시민들은 외곽이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 중인 미군 사격장 공사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사격장 부지 불과 1.5㎞ 반경 안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마트, 쇼핑시설, 공단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뒤늦게 내놓은 해명은 오히려 주민들 사이에 더 혼란을 초래하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이날 창원 주한미군 사격장과 관련해 "현재 벌목작업이 진행 중인 사격장 부지 인근은 1972년부터 최근까지 이미 주한미군 소총 사격장으로 사용돼왔고, 그간 실제 사격훈련도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진행 중인 공사는 사격장 신규 조성사업이 아니라 기존 사격장 시설 개선공사"라고 해명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새로 부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드러나게 된 만큼 이를 '확장공사'로 보고 있다.

1972년부터 있었다는데…주민 발끈한 미군사격장 '깜깜이 공사'
지역사회에서는 주민들 시야에 뻔히 보여 곧 진상이 드러날 공사를 하면서도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을 이유로 지자체 사전 협의 등을 거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해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군 공여지 내 시설사업의 경우 근간이 되는 주한미군지위협정이 특별법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협의가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현재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성명서를 내고 "여러 경로를 통해 주한미군 사격장을 대규모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주한미군지위협정을 내세운 미군의 초헌법적 행위가 대한민국 영토, 창원 도심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 맨눈으로도 확인되는 대규모 벌목 현장의 사업내용을 모른다는 창원시 답변이 참으로 한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라는 미명하에 주민의 안전과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현실,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들의 안전을 대변하지 못하는 국방부의 현주소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이 군사 기밀 등을 이유로 사격장 면적과 사격훈련 빈도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주민 불안과 의혹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사격장 공사를 당장 중단하고 주민들에게 사업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며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지자체 협의, 주민 동의 없이 깜깜이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미대사관 항의 방문은 물론이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저지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창원시도 도심 한복판 주한미군 사격장 운영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장기적으로는 시설 이전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창원시는 이날 오후 낸 공식 입장문에서 "공사 후 가장 우려되는 시민들의 안전과 소음 문제 등 종합적인 안전 방안 마련을 위해 국방부와 지속해 협의해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본 시설 이전 등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