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춤추는 사람들'로 율동감 표현…페인팅·조각 등 다양
지난 여름 해운대 행인들 모습 포착한 '워킹 인 부산' 주목
작가 "셔플댄스에 큰 영감…빠르고 동적인 것 보여주고 싶어"
'걷는 사람들' 작가 줄리안 오피, 5년 만에 부산 개인전(종합)
'걷는 사람들' 작가 줄리안 오피가 5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율동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개인전을 연다.

국제갤러리는 3일부터 7월 2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F1963 석천홀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 개인전(OP.VR@Kukje/F1963.BUSAN)을 연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전시는 2018년 F1963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이후 5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모자이크, 영상, 가상현실(VR), 그리고 라이브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작품군을 선보인다.

디지털 매체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 및 작품세계를 총망라해 보여준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전시 공간은 사운드가 포함된 LED 영상 작품들을 필두로 꾸며진다.

이들 영상 작품은 모두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걷는 사람들' 작가 줄리안 오피, 5년 만에 부산 개인전(종합)
작가는 오랫동안 창작의 모티브가 된 '걷는 사람들'의 형태를 탈피해 새로운 인체의 움직임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셔플 댄스(shuffle dance)를 접하게 됐고, 간단하고 반복적인 동작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춤에 매료됐다.

그는 실제 댄서로 활동 중인 딸과 함께 춤을 고안하고 이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동시에 사운드 요소를 포함해 한층 더 증폭된 율동감과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줄리안 오피는 이날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로) 영국이 1년에서 1년 반 동안 봉쇄된 기간이 있었는데 이때 조용하고 외로운 분위기였다.

코로나가 끝나 갈 때 작품활동을 통해 뭔가 아주 빠르고 동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이때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셔플 댄스 영상을 보고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걷는 사람들' 작가 줄리안 오피, 5년 만에 부산 개인전(종합)
춤 영상의 스틸컷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들은 페인팅과 모자이크 작품으로도 탄생했다.

특히 모자이크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인 돌조각의 단단함과 인체의 유연한 곡선의 대비는 풍부한 조형언어를 만들어낸다.

모자이크와 LED 스크린은 각기 다른 시대를 관통하는 매체이지만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 각각 돌조각과 픽셀이라는 기본단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줄리안 오피는 "국제갤러리 부산점이 위치한 F1963의 다이내믹한 내부 공간은 새롭게 탐구하는 작업 영역들을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는 전시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라며 전시 공간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 부산점 역사상 처음으로 바로 인접한 F1963의 공간인 석천홀로 확장해 열린다.

석천홀에서는 조형언어와 매체 활용을 통해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예술적 화음을 찾으려는 작가의 시도가 실제와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걷는 사람들' 작가 줄리안 오피, 5년 만에 부산 개인전(종합)
공간 입구에는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와 센텀시티의 행인들을 포착한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회화 시리즈 'Walking in Busan. 5.'가 설치돼 눈길을 끈다.

작가는 종종 자신의 전시가 열리는 도시에서 포착한 이미지들로 작품을 제작해 선보이는데, 이런 방식은 해당 도시의 관객과 작품의 친밀한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사진사가 부산 해운대를 걷는 행인들의 모습 1천여장을 찍었고, 영국에서 이를 받아 보고 저만의 영감으로 이미지와 조각 작품으로 완성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또 4개의 러닝머신이 놓여 있어 전시 기간 내내 사람들이 그 위를 걷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희망하는 관람객이면 누구나 직접 걸어볼 수 있는 참여형 작품이다.

'걷는 사람들' 작가 줄리안 오피, 5년 만에 부산 개인전(종합)
석천홀 앞뒤 공간에는 각 2개씩, 총 4개의 VR 부스가 설치됐다.

관객들은 VR 고글을 끼고 부스 내부를 거닐면서 가상세계에서 재현된 조각, 영상, 페인팅 등의 다양한 작업과 작품을 볼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사물이 눈으로 곧바로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탈피해 대상이 디지털 디바이스라는 중간 매개체를 한번 거쳐서 우리의 눈으로 전달되는 방식에 더 익숙해졌다.

작가는 바로 이 현상에 주목하고 그 인지과정의 차이를 작품으로 위트 있게 표현해내고자 한다.

석천홀 중앙 공간에는 다양한 포즈와 크기의 사람 조각들이 놓여 있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를 오갈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높은 크기의 조각은 부산 사람들을 본떠 만든 것이다.

이와 함께 런던의 공원에서 포착한 사람들의 포즈를 바탕으로 제작한 스테인리스 조각들도 위치한다.

'걷는 사람들' 작가 줄리안 오피, 5년 만에 부산 개인전(종합)
작가는 이 작품군에서 스테인리스의 얇고 부드러운 선을 이용해 관절의 구부러짐을 자연스레 표현했는데, 이는 인간의 신체가 공간, 중력 그리고 풍경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관계자는 "줄리안 오피는 예리한 관찰력은 물론 기술, 재료, 역사(미술사)에 대한 관심을 발휘해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현실 대상을 고유한 조형언어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작업세계를 구축했다"며 "때로는 실재하고 때로는 실재하지 않는 그의 작품 속 대상들은 관람객에게 다시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기회를 부여한다"고 해석했다.

줄리안 오피는 195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는 1982년 골드스미스 대학 졸업 후 현재까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 베라르도 현대미술관(2020), 일본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2019)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그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영국 박물관, 빅토리아 알버트 미술관, 국립 초상화 미술관을 비롯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 보스턴 ICA 미술관, 도쿄 국립현대미술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