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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아이피샵 비상장주식, 상장 미끼로 투자자 속여
액면가 100원인데, 주당 1만8000원에 팔아
역할 분담 등 조직적으로 움직여…사칭에 주가조작까지
사진=한경 DB
사진=한경 DB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 수법이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 최근 아이피샵이란 비상장사 주식 거래에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의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대거 발생했다. 이 비상장사의 주식이 곧 상장될 것처럼 속여 주당 가격을 부풀려 일반 투자자들한테 판매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액면가 100원짜리 주식을 200배 가까운 웃돈을 주고 산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주식 판매 과정에서 직원 사칭부터 시세조종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아이피샵은 지식재산권(IP) 거래 플랫폼으로, 작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으로 각각 17억원, 6억원을 기록했다. NHN벅스가 2021년에 지분 20%를 투자하면서 시장에 알려진 기업이다. IP 거래 외에도 주식시장에서 관심이 큰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 등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장외주식 컨설팅 업체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발생했다. 이들은 홈페이지, 블로그, 전화, 카카오톡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장외주식 매수를 투자자들에게 유도하고 있다. 통상 장외주식 컨설팅 업체는 비상장기업과 회원 간 매매 중개 역할을 하지만 이번 아이피샵 주식 거래에선 컨설팅 업체가 매도 주체가 됐다. 그동안 아이피샵이 발행했던 주식을 사 모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5월 상장설부터 환불로 꼬드겨…직원 사칭까지

이들 컨설팅 업체는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꼬드겨 비상장 주식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카카오톡과 전화 등을 통해 몇 개월간 투자자를 현혹하는 데 집중한다. 매일 같이 아이피샵 관련 기사와 새로운 소식 등을 전하면서, 주식 환불 등의 혜택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이피샵 주식 2890주를 5200여만원(주당 1만8000원 책정)에 매수한 한 투자자는 그동안 소통했던 컨설팅 업체 담당자를 아이피샵 직원으로 착각했다. 컨설팅 업체 담당자가 보낸 명함이 아이피샵의 유통사업부 팀장 강모씨로 명시돼 있었기 때문. 하지만 회사 측에 확인한 결과 강씨 이름을 가진 직원은 없었다. 불법 컨설팅 업체가 아이피샵 직원을 사칭한 것이다. 아이피샵의 5월 코스닥시장 상장설도 사실이 아니다.
"주가 조작부터 직원 사칭까지"…악랄한 수법에 당했다 [마켓PRO]
강씨는 수 개월간 쌓은 친근감을 토대로 투자자에게 아이피샵 주식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강씨는 투자자에게 코스닥시장 상장을 미끼로 주식 환불도 가능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중개 행위는 불법행위지만, 매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투자자가 아이피샵 물량을 자신의 증권계좌로 받는다. 그리고 이후 2거래일 안에 컨설팅 업체가 알려준 계좌에 매매대금을 입금하면 된다. 거래된 장외주식은 통일주권으로 증권계좌에는 액면가로 표기된다. 아이피샵 주식 매매 과정에서 컨설팅 업체가 알려준 계좌는 총 7개로, 모두 개인명의 은행계좌다.

문제는 주식 환불을 요청할 때 발생했다. 강씨는 주식을 매도(환불)하기 위해선 세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한 것, 강씨는 이 과정에서 3000만원가량의 금액을 세금 명목으로 추가 입금해야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이를 거절하자 강씨는 현재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황이다. 이외 다른 투자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아이피샵도 난감한 입장이다. 현재 홈페이지에 '투자 피싱 주의 안내' 공지글을 올려놓은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직원을 사칭해서 기존에 발행된 아이피샵 주식을 비싸게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비상장 주식 투자를 권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비상장사 주식 사기단…구조 살펴보니

불법 투자리딩방 업체가 낀 비상장주식 거래는 상당히 위험하다.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우선 자금이 부족한 비상장사에 접근해 자신들이 주식을 사주겠다며 발행을 유도한다. 발행사인 비상장사 입장에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불법 컨설팅 업체들은 싸게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해당 주식 가치를 부풀려 다시 투자자들에게 떠넘긴다.

쉽게 말해 한 비상장사가 1000만원어치 주식을 발행, 컨설팅 업체가 1000만원에 주식을 산 뒤 다른 업체에 2000만원에 되판다. 2000만원 가치의 주식을 산 또 다른 업체는 불법 리딩방 운영진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 조직에 다시 주식을 넘긴다. 이후 시세조종, 즉 비상장거래 플랫폼에서 주가를 조작한 뒤 투자자들에게 비싸게 떠넘기는 형태다. 이들은 비상장거래 플랫폼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역할을 나눠 높은 가격에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해당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진 않는다.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는 원금보장·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접근해 가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를 유도해 피해를 주는 범죄지만, 자칫 보이스피싱 범죄에도 노출될 수 있다. 회사 직원 사칭부터 증권사 직원 사칭 등 형태도 다양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불법 업체의 경우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기간을 두고 작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면서 "문제는 사기 행각이 명확함에도 대포폰 이용 등 가해자가 누군지 알기 힘들다. 특히 비상장주식 평가가 쉽지 않은 만큼, 피해 보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