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나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 ‘투자’가 화제로 떠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드라마에서도 어린아이가 받고 싶은 생일선물로 대기업 주식을 꼽고, 실제로 큰돈을 번 청소년들이 기삿거리로 떠오르곤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은 정책 부문 중 하나가 ‘부동산’이었고, 가상화폐를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이 신종 수법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집안에 하나씩 있기 마련이던 ‘땅 투자에 성공한 이모’나 ‘주식으로 퇴직금을 날려버린 삼촌’의 문제를 넘어, ‘가진 돈을 불리기 위한 현명한 투자’가 숙제처럼 일상에 다가온 느낌이다.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창비, 2021)가 큰 화제를 모았고,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이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금융 투자를 다루는 세태소설을 활발히 선보이고 큰 반응을 얻는 일은 난도 있게 느껴진다. 편집자로서 이런 작품을 찾는다고 했을 때 부딪치는 몇 가지 질문이 있는데, ‘작가 중에 누가 쓰고 싶어 하고, 잘 쓸 수 있을까?’ ‘한국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이 이 주제를 좋아할까?’, 그리고 ‘어떤 식의 결말로 무슨 메시지를 담는 소설이 필요할까?’이다.

지난해 발견한 단요 작가의 장편소설 <인버스>는 놀랍게도 이런 고민을 해소해준 소설이었다. 같은 해 SF 청소년 소설 <다이브>로 데뷔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그가 연말에 성인 대상으로 선물시장을 다룬 작품을 내놨다고 했을 때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물이라고는 ‘gift’밖에 모르던 나로서는 롤러코스터 같은 낯선 세계의 속도감에 놀라움이 더 크기도 했다.

“선물시장은 원래 이렇게 굴러간다. 내 이득은 남의 손실이고, 반대로 내 손실이 남의 이득이 되기도 하고, 가해와 피해의 지분율은 이름 없는 호가창과 차트 속에서 희미해지고, 조롱과 애도와 기쁨이 공존하고, 매일매일 누군가가 죽고 또 살아난다.” (232쪽)

아파트에 살며 별다른 굴곡 없이 지내온 듯하지만, 실은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인해 대출로 지은 모래성처럼 유지되는 집안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이십대 여성 ‘나’. 최저시급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이 답 없는 상황을 반전해줄 기회로 주식시장을 접했다가 해외 선물투자에 이른다. 주가가 떨어질 때 오히려 수익을 얻는 인버스의 성격상 타인의 불행이 나에게는 행운이 되는 셈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투자시장 묘사가 긴장감 있게 제시되는데, 이 안에서 주인공 ‘나’가 겪게 되는 혼란과 분노, 근거 없는 낙관 등의 심리 묘사도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세상은 망할 거고 이미 망했다”는 정서를 반영하면서도 그 안에서 엄마와 오래오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동화 같은 삶을 꿈꾸는 아이러니가 아프게 와닿곤 했다.

리뷰에 감히 스포일러를 담을 수는 없지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돈을 얻든 잃든 해피엔딩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것을. 그래도 단요의 소설은 말한다. 망한 세상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가끔은 길을 잃더라도 타인이 훼손할 수 없는 내가 여기 있다고.

최지인 인플루엔셜 한국문학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