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5% 급락하며 5주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낮은 노동 지표로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데 이어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진 여파다. 3일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외험자산 회피 심리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4달러(5.29%) 하락한 배럴당 71.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24일 이후 약 5주 만의 최저치다. 일일 하락률 기준으로는 지난 1월 초 대비 최악이다.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7월물도 전장 대비 4.07달러(5.13%) 떨어진 배럴당 75.24달러에 거래됐다.

로이터는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한 달 안에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밝힌 뒤 유가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옐런 장관은 미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아마도 6월 1일에는 모든 정부 지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채 상한을 연장하거나 올릴 것을 촉구했다.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정부가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이 이에 대해 협상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부채 상향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국제유가 5% 급락…美 디폴트·경기침체 우려 [오늘의 유가]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기성장이 둔화되면 에너지 수요가 감소해 유가를 끌어내린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3월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959만건으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였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970만건)을 밑돌았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미국 경제가 올해 말 경기침체에 빠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제조업 부문도 위축되고 있고, 노동시장에서 균열이 발생할 조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분기 미국에서 디젤을 포함한 증류액 수요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FT는 경기성장이 둔화되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럼에도 2~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힘이 세다.

유가가 빠른 시일 내 반등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향후 경제 전망이 밝지 않아 유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면 유가는 쉽게 배럴당 70달러선을 밑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1일 중국이 발표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4개월 만에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0달러에서 12.5달러 내린 배럴당 77.5달러로 낮췄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