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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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Rustic Life)는 2022년 트렌드코리아에서 처음 제시한 키워드로,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그대로 누리면서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진짜 시골’의 삶이라기보다는 도시민이 누리는 문화생활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워라밸’과 ‘힐링’을 중시하는 요즘 M 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그냥 단순히 시골을 여행하는 것과는 다르며, 시골살이의 궁극적인 단계는 결국 시골에 ‘나만의 작은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골살이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에서의 삶이 그만큼 각박하고 피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서 부족한 자연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녹색 갈증(biophilia)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에겐 ‘자연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시골살이의 첫 번째 단계는 시골로 잠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이다. 시골의 여유가 나한테 잘 맞는지 시험해 보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도시 변두리의 카페를 방문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는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만히 불을 바라보는 ‘불멍’, 바다나 강을 바라보는 ‘물멍’, 녹색 풍경이나 식물을 감상하는 ‘풀멍’, 깊은 산속에서 숲을 감상하는 ‘숲멍’을 하면서 시골의 느긋한 분위기를 느끼고 나면 시골살이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는지 알게 될 수 있다.
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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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는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골에서 며칠 묵으면서 일상을 즐기는 단계다. 여름에는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고, 가을에는 캠핑을 하기도 한다. 시골의 정서만 잠깐 느꼈던 첫 단계와 달리 시골의 일상을 보내면서 삶 속에 자연을 살짝 담아보고, ‘시골 다운’ 느낌으로 휴일을 보내며 힐링하는 단계이다. 간단하게 차박을 통해 시골살이를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3단계는 이제 본격적인 ‘듀얼라이프’를 시작하는 단계다. 도시와 시골, 양쪽에 ‘집’이 나 농막을 두고 두 곳을 오가며 생활하는 방식이다. 양쪽 모두 나만의 휴식공간인 ‘집’이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1가구 2주택 등 세금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냥 시골에 있는 나만의 공간에서 5도2촌이나 4도3촌을 실천하는 단계로, 시골의 실제적인 삶을 느끼고 즐기며 양쪽의 생활을 통해 내 삶을 전환하는 상태이다.

4단계는 시골살이의 마지막으로 ‘시골에서 정주해 사는 것’이다. 잠시 머무르는 생활에서 그치지 않고, 도심이 아닌 시골에 둥지를 트는 것이다. 시골에 있는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소소하게 농사를 짓는 등 다양한 시골살이를 즐길 수 있다. 도시와 시골을 번갈아 즐기는 시간이 끝난다면, 내 삶을 자연에 맡기고 자연 속에 자리를 잡는 단계이다. 즐기는 인생이 1등보다 더 신나는 인생이다.
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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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중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인 ‘농촌에서 살아보기’가 대표적이다. 농가나 체험마을 숙소에 묵을 수 있으며, 요즘은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해졌다. ‘귀농인의 집’은 원하는 영농 기술을 배우고 농촌을 체험하는 동안 머물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대여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집과 함께 영농 실습장을 빌려주고, 영농 창업 훈련을 해주는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라는 곳도 있다. 지자체별로 1년 단위로 모집하는데 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당장 시골에 살지 않더라도 교양 과목을 듣는 셈 치고 간접경험을 하며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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