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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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내증시는 하락출발할 전망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미 은행권 위기 여진 지속, 연방정부 디폴트 우려 고조, 고용지표 둔화 등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할 만한 이슈가 한꺼번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뉴욕증시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AMD가 부정적인 가이던스(자체 전망)를 제시해 시간외거래에서 급락 중인 점도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증시 하락출발 전망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비교적 큰 폭의 하락출발이 예상된다”며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한국의 4월 수출이 저점일 것이란 전망 등에 힘입은 강세의 되돌림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지역은행 리스크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시한이 한달밖에 남지 않아 미국 정치 불안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대외 불확실성이 시장 참여자들의 단기 포지션 청산 유인을 제공하면서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업종 관점에서는 미국 장 마감후 AMD가 1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서버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함에 따라 시간외에서 6% 내외의 급락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변동성을 자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권 위기 여진 지속돼 1%대 하락한 뉴욕증시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은행권 위기에 대한 공포가 이어진 탓에 1%대 하락마감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67.17포인트(1.08%) 내린 33,684.53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8.29포인트(1.16%) 하락한 4,119.5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2.09포인트(1.08%) 떨어진 12,080.51에 각각 장을 거래를 마쳤다.

은행주들의 하락세가 증시 전반을 짓눌렀다. 주요 지역은행 주가가 대체로 10~20%에 달하는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대형은행 주가도 흔들렸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며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한 JP모건도 1.6% 빠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의 낙폭은 각각 3%와 3.8%였다.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관련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다음달 1일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한다고 경고한 가운데, 백악관은 부채한도 증액에 연방정부 지출을 줄이라는 조건을 붙인 공화당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여기에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에 불을 지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기준금리 결정도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을 위축하게 했다. 기준금리의 0.25%포인트(p)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FOMC 회의 종료 이후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위원들로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발언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미 노동부 “3월 고용지표, 전망·전월 수치 밑돈 959만건”

미 노동부는 2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통해 지난 3월 민간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959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이후 2년여만에 최저치이며,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970만건과 전월의 1000만건을 모두 밑돌았다.

기업들이 고용에 인색해지면서, 새로운 직장에 이직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약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자발적 퇴직자가 390만명으로 3개월 연속 400만명을 밑돌았으며, 퇴직률은 최근 2년래 최저치인 2.5%로 집계됐다.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 배율은 1.6명으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아직 코로나19 확산 사태 전의 1.2명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3월 구인·이직 보고서를 두고 미국 노동시장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마이크 페롤리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구인과 이직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해고율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세 가지 수치는 노동 시장이 식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뉴욕 월가에서는 인력 감축이 한창이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12월 16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 2분기 말까지 전 세계 임직원 중 3000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1월 32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국제유가, 美 침체 우려에 5% 급락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4달러(5.29%) 하락한 배럴당 71.66달러에 마감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3.99달러(5%) 빠진 배럴당 75.3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도달 우려와 3월 고용지표 둔화가 맞물리며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은행권 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지역은행들 주가의 급락세가 연출된 점도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며 국제유가를 짓눌렀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도 예상에 못 미치며 위험회피 심리를 확산시켰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개월 만에 50을 밑돈 49.2로 하락하면서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이미 커진 바 있다.

현대차·기아 4월 미국 판매량 15% 증가

1분기 호실적을 내놓은 현대차와 기아가 4월에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는 4월 신차 판매량이 7만81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8% 늘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판매량이 1년 전보다 56% 늘어난 친환경차가 성장을 주도했다. 차종별로 전년 동월 대비 엘란트라 하이브리드가 57%, 코나 EV가 155%,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259%, 투싼 하이브리드가 101% 각각 늘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아이오닉5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한 2323대에 그쳤다.

기아 미국판매법인(KA)의 4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5.5% 늘어난 6만8205대로 집계됐다. 카니발,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전체 판매량의 71%를 차지했다. 전기차인 EV6 판매량은 1년 전보다 52.8% 감소한 1241대였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