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진=북라이프
책 사진=북라이프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 길잡이 책들은 대중적인 명곡들을 소개하고, 작품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를 설명한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흥미를 돋워주는 방법으로는 유용하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클래식 음악의 겉면만 발라내는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신간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접근법을 달리했다. 클래식 음반을 주력으로 다루며 깊이를 더했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연주했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구체적 사례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가장 친숙한 클래식인 비발디의 '사계'와 관련해 왜 우리는 '익숙함'만 느낄 뿐 대단한 감동은 느끼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듣는 사계는 대부분 1950년대 결성된 이탈리아 악단 '이무지치'의 음반이기 때문이다. 이 악단은 바로크 시대 음악 특유의 격정적이고 비장한 면모를 살리기 보다 차분하고 정적인 스타일로 연주하는 편이다. 바로크 고유의 맛을 살리지 못하다 보니 감동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음반 추천 방식 또한 다채롭다. 악단이나 연주자 마다 소리는 어떻게 다른지, 해석의 차이는 무엇인지 비교 및 분석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이런 내용은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데, 여기에 문학, 미술, 서예, 영화, 와인, 건축 등 우리 주변의 친숙한 분야를 접목해 와 닿기 쉽게 풀어낸다. 저자의 풍부한 식견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설명이었다.
"먼저 로스트로포비치와 리히테르의 연주는 규범 그 자체입니다. 너무나 정확하고 완벽한 테크닉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의 교과서와 같습니다. 그래서 한자의 서체 중 가장 반듯하고 균형 잡힌 해서를 생각나게 합니다. 특히 당나라 해서체의 명필 구양순의 글씨와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
이외에도 '꼭 들어야할 명반인가?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할 똥반인가?', '음악에도 마리아주(궁합)가 있다', 'BTS 이전에 정경화가 있었다' 등 트렌디하고 논쟁적인 주제로 클래식 음악을 생생하게 다룬다.
비발디 사계에 감동받지 못하는 건 우리 탓이 아닐 수 있다 [책마을]
책은 클래식 생초보보다는 초중급자 이상의 독자에게 권한다. 책의 전개가 다소 속도감 있고 많은 정보가 담겨 기본적인 음악용어, 작곡가별 주요 레퍼토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면 소화가 더딜 수 있기 때문.

특히, 클래식을 전혀 모르진 않지만 여전히 흥미를 못 느끼는 이들에게는 유의미한 내용이 많다. 저자의 유쾌한 입담을 따라 책 QR코드에 수록된 음악을 듣다보면 기존에 알던 음악은 새롭게 들리고, 처음 접하는 음악도 쉽게 들리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