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치 더 더해놓고 "한국이 1위"…중국의 엉터리 양육비 비교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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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녀 양육비가 세계 1위라는 중국의 한 공공정책연구소의 주장이 사실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시점의 자료가 아닌데다 애초에 집계한 범위 자체가 같지 않아서다. 특히 한국의 양육비는 대학생 때까지 집계한 반면 중국은 만 18세까지만을 계산해 더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지적이다.
SCMP에 따르면 위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만 18세까지 자녀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9배로 한국(7.79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3.64배), 호주(2.08배), 프랑스(2.24배)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위와인구연구소는 중국에서 자녀를 한명 낳아 만 18세까지 기르는 데 48만5000위안(약 9400만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1인당 GDP대비로는 6.9배라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까지 시킬 경우에는 62만7000위안(약 1억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썼다. 2021년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10만5000위안(약 2000만원)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양육비는 1인당 GDP의 7.79배에 이른다며 중국은 한국에 이어 2위라고 소개했다. 이를 최근 1인당 GDP로 환산하면 약 3억6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한국보다는 낫다는 점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통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와연구소가 인용한 한국의 양육비 자료는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보사연은 0~2세, 3~5세, 6~11세, 12~14세, 15~17세, 18세 이상 등 연령구간을 구분해 월평균 양육비를 조사한 후 개월 수로 환산해 대학 졸업(22세)까지 약 3억900만원의 양육비가 든다고 밝혔다.
중국이 18세까지의 자료를 제시한 반면, 한국은 22세까지의 양육비를 모두 더해 통계를 낸 것이다. 4년치 양육비를 더한 데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 비용이 많이 드는 대학시절 양육비가 포함되면서 한국의 양육비가 비교적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2012년 조사 당시에는 직접적인 양육비용 뿐 아니라 간접 비용을 모두 더해 양육비를 산출했다. 가정에서 쓴 전기료 등 공동 비용 중 자녀가 사용한 부분을 양육비라고 본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 직접 양육비만 집계하면 2012년 한국의 양육비 수준은 월 평균 108만원에서 68만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다.
직접비용만을 고려하고, 집계 기간을 중국과 일치시키면 2012년 자료를 기준으로 18세까지의 양육비는 약 1억6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기존의 계산에 비해 절반 가량 양육비가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1인당 GDP 대비 배수도 4~5배 선으로 줄어들 게 된다. 이를 중국의 자료에 대입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양육비가 드는 국가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 된다.
물론 이 OECD 통계를 가지고 한국의 양육비 부담이 낮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이는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2세와 3세 2자녀 가구만 놓고 조사한 것이어서다. 실제 한국의 양육비 부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보사연의 가족과 출산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직접 양육비는 72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2012년 68만원에서 4만원 가량 늘었다. 평균 양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공교육 부문이 대부분 무상교육으로 전환됐는데도 증가세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전국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자녀 1명을 만 19세까지 양육하는데 평균 2억2334만원이 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중국의 엉터리 양육비 비교
4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 등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알려진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의 양육비 보고서는 오류가 많다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SCMP에 따르면 위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만 18세까지 자녀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9배로 한국(7.79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3.64배), 호주(2.08배), 프랑스(2.24배)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위와인구연구소는 중국에서 자녀를 한명 낳아 만 18세까지 기르는 데 48만5000위안(약 9400만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1인당 GDP대비로는 6.9배라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까지 시킬 경우에는 62만7000위안(약 1억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썼다. 2021년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10만5000위안(약 2000만원)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양육비는 1인당 GDP의 7.79배에 이른다며 중국은 한국에 이어 2위라고 소개했다. 이를 최근 1인당 GDP로 환산하면 약 3억6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한국보다는 낫다는 점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통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와연구소가 인용한 한국의 양육비 자료는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보사연은 0~2세, 3~5세, 6~11세, 12~14세, 15~17세, 18세 이상 등 연령구간을 구분해 월평균 양육비를 조사한 후 개월 수로 환산해 대학 졸업(22세)까지 약 3억900만원의 양육비가 든다고 밝혔다.
중국이 18세까지의 자료를 제시한 반면, 한국은 22세까지의 양육비를 모두 더해 통계를 낸 것이다. 4년치 양육비를 더한 데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 비용이 많이 드는 대학시절 양육비가 포함되면서 한국의 양육비가 비교적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2012년 조사 당시에는 직접적인 양육비용 뿐 아니라 간접 비용을 모두 더해 양육비를 산출했다. 가정에서 쓴 전기료 등 공동 비용 중 자녀가 사용한 부분을 양육비라고 본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 직접 양육비만 집계하면 2012년 한국의 양육비 수준은 월 평균 108만원에서 68만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다.
직접비용만을 고려하고, 집계 기간을 중국과 일치시키면 2012년 자료를 기준으로 18세까지의 양육비는 약 1억6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기존의 계산에 비해 절반 가량 양육비가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1인당 GDP 대비 배수도 4~5배 선으로 줄어들 게 된다. 이를 중국의 자료에 대입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양육비가 드는 국가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 된다.
"자녀 1명에 2억원 넘게 든다"
보건복지부는 중국의 분석이 터무니없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내면서 국제비교가 가능한 양육비용 자료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통계로 작성하는 국가별 평균 임금 대비 자녀 양육비용이다. 한국은 2021년 기준 2자녀 양육비용이 평균 임금의 15%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OECD 국가의 평균 2자녀 양육비용 비율 2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물론 이 OECD 통계를 가지고 한국의 양육비 부담이 낮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이는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2세와 3세 2자녀 가구만 놓고 조사한 것이어서다. 실제 한국의 양육비 부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보사연의 가족과 출산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직접 양육비는 72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2012년 68만원에서 4만원 가량 늘었다. 평균 양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공교육 부문이 대부분 무상교육으로 전환됐는데도 증가세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전국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자녀 1명을 만 19세까지 양육하는데 평균 2억2334만원이 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