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지난해 에너지 매매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의 수익은 거래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의 수익을 웃돌 정도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쉘과 BP, 토탈에너지가 작년에 석유와 가스, 전력 거래만으로 총 370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며 "이는 비톨, 트라피구라, 머큐리아, 건보 등 세계 4대 원자재·에너지 트레이딩 전문 기업들의 작년 전체 수익보다 30억달러가 많다"고 보도했다.

번스타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셸의 상품거래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16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토탈에너지는 115억달러, BP는 84억달러 가량이다. 번스타인의 분석가들은 "작년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뒤 에너지 거래 부문의 수익률도 덩달아 올랐지만, 그중에서도 전반적으로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트레이딩 기업들이 에너지 부문에서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도 만만찮았다는 설명이다. 비톨의 작년 순이익은 150억달러로 2016~2021년 수익을 합친 것보다 많은 역대급 기록을 달성했다. 트라피구라의 에너지 사업부는 85억달러의 총 수익을 올렸고, 건보와 머큐리아도 각각 54억달러와 49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FT는 "기업별로 재무제표 상 정보의 공개 범위가 천차만별이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번스타인의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에너지 기업들의 트레이딩 사업 규모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레이딩 역량은 에너지 기업들에 일종의 고유 자산으로 간주되지만, 회사 측은 지금껏 부문별 재무적 기여도를 세분화한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버스타인의 분석에 따르면 쉘의 트레이딩 부문은 지난해 그룹 전체 EBITDA의 20%를 기여했다. BP의 거래 활동 역시 기여 비율이 14%에 이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