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가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가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아이가 매직패스로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표를 찾아봤는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걸 사서 가는 게 맞나' 싶습니다"

중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45)는 "아이가 롯데월드에서 '아빠 저 사람들은 매직패스로 바로 들어가는데, 우리는 왜 기다려서 입장해야 해?'라고 묻길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아이가 원하면 한 번쯤은 매직패스를 구매할만하다고 본다"면서도 "푯값이 워낙 비싸고, 아이가 이것에 익숙해지면 기다리고 입장하는 것에 불만을 느낄까 봐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시민들이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스1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시민들이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스1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롯데월드 등 놀이공원에서 프리미엄 이용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롯데월드는 매직패스, 에버랜드는 큐패스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유료 티켓을 이용하면 놀이기구 탑승 시 원하는 어트랙션을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우선 탑승할 수 있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개념이다.

입장권 외에 추가 요금을 지불해 구매할 수 있는데, 이용 수량이 한정적이다 보니 주말에도 유료 티켓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이용객이 몰리는 어린이날을 맞아 암표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10회권 4장을 60만원에 산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매직패스 10회권 정가가 8만9000원에 판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매를 하겠다는 것. 4만9000원 정가인 5회권도 5회권은 6만9000원~9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는 전국에 집중호우가 예보되며 실내 놀이공원인 롯데월드를 찾는 인파가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암표 가격이 더욱 치솟았다는 반응도 있다.
정상 가격보다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롯데월드 '매직패스'권. /사진=당근마켓 캡처
정상 가격보다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롯데월드 '매직패스'권. /사진=당근마켓 캡처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유료패스 구매 여부로 아이와 갈등을 겪은 사연을 공개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유료티켓 여부로 아이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과학과 교수는 지난달 2일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우리 사회에는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매우 많은데, 놀이공원은 아이들이 주로 줄을 서지 않냐"며 "(유료티켓은) 돈을 더 낸 사람이 새치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을 맞아 아이에게 작지만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부모들도 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가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가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간도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돈을 조금 더 내고 빨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데 돈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매직패스를 구매하지 않았을 때 아이의 부정적 반응을 마주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각 상황에 맞게 설명을 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