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8~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3차 회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IPEF를 성공으로 이끌어 인·태 지역에서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이번 3차 IPEF 회담에서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 △조세·반부패 등 분야별 전략 구체화에 나설 전망이다. 연내 IPEF의 윤곽을 모두 그리는 게 목표다. IPEF는 인·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정교하게 짜인 미국의 신(新)통상전략이 총망라돼 있다. IPEF의 주요 의제인 환경 노동 디지털 반부패 등은 모두 중국의 약한 고리를 정밀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IPEF에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호주, 브루나이, 피지,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작년 5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경쟁(Compete)에서 이기기 위해 핵심산업의 자국 내 투자(Invest)를 유치하고, 동맹국들과 연합(Align)을 강화하겠다는 이른바 대중국 ‘CIA 전략’을 공개했다. 투자 부문은 자국 보호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을 통해서 가시화됐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기업에만 수천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다. 한국의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등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분야 핵심 기업들도 모두 미국 현지 투자를 결정했다.

연합 작전도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IPEF는 신통상을 무기로 동맹국과 공급망 동맹의 새 틀을 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연합 작전의 정수라는 평가다. 예를 들어 특정 임금 이하로 생산하거나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데이터 이동을 제한하는 플랫폼은 퇴출하는 방식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 다만 참여국의 경제 수준과 이해관계가 다 달라서 규범의 강도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의회는 지난 3월 ‘미국의 디지털 경제와 무역 촉진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채택해 디지털 분야에서 자국의 이해를 보호하는 국제질서 확립에 나서라고 행정부를 압박했다. 디지털은 ‘안보’를 이유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있는 중국에 껄끄러운 주제로, IPEF의 주요 의제다.

연합 작전은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에서도 엿보인다. 화웨이 등 개별 기업 제재에서 벗어나 차츰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통해서다. 한국 대만 일본과 함께 ‘반도체 동맹(칩4)’을 진전시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소련 붕괴 이후 1996년 40여 개국의 참여로 만들어진 수출통제 시스템인 바세나르체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동맹국을 규합한 신수출통제 질서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게 미국의 속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