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투잡 내몰린 4050…"알바 찾아요" 216% 폭증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물가인상, 고금리, 본직업의 소득 감소 등 금전적 이유로 '부업(N잡)'을 찾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지난해 대비 216%나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이 진행한 '중장년 구직자 N잡' 설문조사 결과, 최근 1년간(2022년 4월~2023년 3월) 알바천국의 40대 이상 중장년 구직자의 알바 지원량은 전년(2021년 4월~2022년 3월) 대비 216.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이력서 등록 수 역시 61.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20대의 지원량이 15.1%에 그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또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40대 이상 개인 회원 671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진행한 설문조사 한 결과, 전체 671명 중 61.5%가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추가 아르바이트를 구직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본업이 없지만, 알바를 구직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21.9%로 나타났다.

알바 구직경험 있는 413명을 대상으로 N잡을 찾은 이유를 묻자 △금리·물가 인상 등으로 지출이 대폭 늘어서 (53.8%) △본업 소득이 감소해서(26.4%)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감 (19.1%) 순으로 조사됐다. 금전적 원인이 압도적이었던 셈.

알바를 뛰는 중장년층이 본업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분석한 결과, 200~300만원을 번다는 응답이 32.8%로 가장 많았다. 100~200만원이 25.8%, 300~400만원 20.1%로 뒤를 이었다. 300만원 이상의 소득 대에서도 투잡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알바로 버는 돈은 50~100만원 미만이 34.0%, 100~150만원 미만이 22.2% 순으로 높았다.

○청년 알바와 달랐다..."시급 보다 본업 지장 없는 게 중요"


중장년 구직자들이 알바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조건은 청년들과 다소 달랐다.

조사에 따르면 △본업과 겹치지 않는 근무시간 61.7%, 본업에 지장이 적은 근무강도가 15.5%, 일상 동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근무지 위치가 8.7%로 뒤이었다. 높은 급여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6.1%에 그쳤다.

알바 천국관계자는 “올해 초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은 알바 구직 시 '높은 임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반면 중장년 구직자는 본업에 방해가 안되는 업무강도와 본업과 겹치지 않는 근무시간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본업 외에 추가로 알바를 경험해 본 장년 근로자들이 주로 일한 업종은 성별 별로 달랐다.

남성은 ‘포장·품질검사나 상하차, 건설현장 노무가 29.2%로 가장 높았고, 운전 및 배달(택배, 퀵서비스 등)이 27.5%로 2위를 차지했다. 여성은 ‘외식·음료(일반음식점, 호프 등)’이 26.5%로 1위를 차지했고, 서비스(매장, 서빙, 주방보조, 청소·미화) 업종이 20.5%로 2위, 유통·판매(편의점, 꽃집, 약국, 백화점 등)가 16.6%로 그 뒤를 이었다.

○투잡 뛰는 근로자, 역대 최대


한편 연령을 불문하고 투잡, N잡을 하는 근로자의 숫자는 실제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주된 업무 외에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54만6000명으로 조사됐다. 1년 전인 2021년보다 4만 명(7.9%) 증가한 수치며,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역대 최대다.

부업자는 2017년(41만9000명), 2018년(43만3000명), 2019년(47만3000명)으로 3년 연속 증가하다가 코로나 사태가 있었던 2020년에는 44만7000명으로 감소했고, 이후 2021년에는 처음으로 50만 명대를 돌파(50만6000명)했고, 지난해에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고령자들의 알바 구직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79세 고령자(685만6000명) 중 절반(54.7%)이 근로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취업을 원하는 사유로는 ‘생활비 보탬’(53.3%)이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하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임박한 상황인 만큼, 중장년층의 '투잡 찾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고용부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물가상승 여파로 올 1~2월 근로자 실질임금은 전년동기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 구직자가 급증하는 현상에 발맞춰 취업 사이트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알바천국은 별도의 '중장년 채용관'을 만들고 신규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청년들과 달리 지원 업종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장년 이용자들 수요에 맞춰 공고의 업직종별 분류를 크게 8개로 재정비 했다.
생계형 투잡 내몰린 4050…"알바 찾아요" 216% 폭증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사진=알바천국

또 출퇴근 버스나 기숙사 제공 일자리, 초보 가능 일자리, 식사비 지원 일자리, 서 있는 시간이 적은 사무직 일자리 등 중장년 특유의 니즈를 반영한 테마별 채용 정보도 제공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