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 11월 16일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고, 엄마는 산후 후유증으로 20여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엄마는 남편 A씨와 별거하며 이혼 소송 중이었다.

A씨는 아기가 불륜남 B씨의 아이라고 주장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는 민법 조항에 따르면 아이의 법적 아빠는 A씨였다.

생부인 B씨는 이 아이를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의무나 권한도 없었지만, 애초에 양육이나 출생신고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초기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전했다. A씨도 자신이 생부가 아니라며 아이의 출생신고를 거부했다.

법적 아버지와 생부의 외면으로 태어난 기록이 어디에도 없는 이 아이는 지금까지 청주의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3월 A씨가 청주지법에 '친생부인의 소'를 내면서다. 아이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이었다. 청주지법 가사단독 조경진 판사는 지난 3일 "아이가 A씨와의 혼인 기간에 태어난 자녀이긴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등에 의하면 아버지가 아님이 명백하다"며 "친생자 부인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법원 판결로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길이 열렸고 조만간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