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인 경계현 사장이 5년 안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 사장은 대전 KAIST 강연에서 “삼성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TSMC에 1~2년 뒤처져 있지만, TSMC가 2나노미터(㎚) 공정에 들어오는 시점을 계기로 5년 내 앞설 수 있다”고 했다.

경 사장이 TSMC 추월의 근거로 든 것은 첨단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다. GAA는 반도체 회로 선폭이 ㎚(1㎚=10억분의 1m)를 다투는 초미세 단계로 접어든 데 따른 진화한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반도체 크기와 소비 전력은 줄이면서 성능을 높인 고효율·고밀도 칩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은 지난해 6월부터 세계 최초로 GAA 기반의 3㎚ 파운드리 양산에 나섰지만 TSMC는 2025년께 2㎚ 공정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GAA 기술로 다투는 때가 되면 삼성의 선점 기술력이 빛을 발할 것이란 얘기다.

반도체 전쟁에서 삼성이 TSMC에 밀리는 상황에서 경 사장의 전망은 희망적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8.5%, 삼성전자 15.8%로 4배 가까운 격차가 났다.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경쟁력 차이에 그치는 게 아니다. 대만이 지난해 18년 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것도 다름 아닌 TSMC의 선전에 힘입었다.

대만은 가뭄에도 농민을 설득해 반도체 용수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대학 학제를 바꿔 매 학기 반도체학과 신입생을 뽑게 할 정도로 국가가 전면에 나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송전선 연결이나 토지 수용 문제 등으로 반도체 공장 착공·가동도 3~5년씩 미뤄진다. 대만이 앞장서 시행한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도 야당 반대로 진을 뺀 끝에 간신히 통과됐다. 15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고 있는데 우수 교수 유치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도체가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서 국가 명줄을 쥐고 있는 안보 자산이 된 세상에선 국가적 차원에서 인력, 세제, 전력망 등 생태계 전반을 지원해야 한다. TSMC 추월은 단순히 삼성만의 목표가 아니라 국가적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