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곰돌이 '후'…"이것은 미술의 미래를 담은 테마파크"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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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후지와라 개인전
"미술 상업성 풍자하려 했다"
더 극단적 상업화로 경종
"미술 상업성 풍자하려 했다"
더 극단적 상업화로 경종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과연 이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진실이라고 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 되고, 거짓이라고 가정하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결론이 난다. 둘 다 말이 안 된다. 이런 종류의 모순을 철학이나 논리학 교과서에서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고 한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사이먼 후지와라(41·사진)의 개인전은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다. 작품의 주요 주제는 미술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전시장은 다른 어떤 곳보다 더욱 상업적으로 보인다. 그가 고안한 곰돌이 캐릭터 ‘후’가 등장하는 그림은 언뜻 보면 작품인지, 디자인 캐릭터 상품인지 헛갈린다. 갤러리의 벽면과 바닥은 화사한 파스텔 톤 색으로 화려하게 꾸며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을 노골적으로 끌어들인다. 갤러리 옆에는 캐릭터 가방과 모자 등을 파는 굿즈숍까지 차렸다.
후지와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서 미술을 전공한 ‘정통파 작가’다. 뉴욕현대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갖고 있다.
한국 전시는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 전인 201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성 정체성과 문화 충돌 등 심각한 주제로 진지한 영상 작품들을 전시했다. 10년 만에 작품 분위기가 180도 바뀐 이유에 대해 후지와라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작풍을 확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모든 게 스마트폰 속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더라. 미술도 마찬가지였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작가의 브랜드를 소비하고 주변에 과시하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을 풍자하기 위해 만화 캐릭터 ‘후’를 만들었다.”
전시는 후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10분짜리 영상으로 시작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마티스의 작품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도 함께 걸려 있다. 지하 1층에서는 피카소, 마티스, 폴 세잔 등 유명 거장의 그림을 재미있게 오마주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은 대체로 친숙하면서도 유쾌하다. 데이미언 허스트와 마르셀 뒤샹 등에게 영감을 얻은 작품이 있다.
“전시장은 예술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사회 비판을 담은 일종의 세계관이자 테마파크 같은 공간”이라는 게 후지와라의 설명이다. “미래의 미술은 지금처럼 진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돈과 놀이와 패션이 합쳐진 테마파크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
그의 작품들을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사회 비판의 메시지로 읽을지, ‘미술 상업화 비판’의 탈을 쓴 또 다른 상업화로 읽을지는 관람객에게 달려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과연 이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진실이라고 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 되고, 거짓이라고 가정하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결론이 난다. 둘 다 말이 안 된다. 이런 종류의 모순을 철학이나 논리학 교과서에서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고 한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사이먼 후지와라(41·사진)의 개인전은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다. 작품의 주요 주제는 미술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전시장은 다른 어떤 곳보다 더욱 상업적으로 보인다. 그가 고안한 곰돌이 캐릭터 ‘후’가 등장하는 그림은 언뜻 보면 작품인지, 디자인 캐릭터 상품인지 헛갈린다. 갤러리의 벽면과 바닥은 화사한 파스텔 톤 색으로 화려하게 꾸며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을 노골적으로 끌어들인다. 갤러리 옆에는 캐릭터 가방과 모자 등을 파는 굿즈숍까지 차렸다.
후지와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서 미술을 전공한 ‘정통파 작가’다. 뉴욕현대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갖고 있다.
한국 전시는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 전인 201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성 정체성과 문화 충돌 등 심각한 주제로 진지한 영상 작품들을 전시했다. 10년 만에 작품 분위기가 180도 바뀐 이유에 대해 후지와라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작풍을 확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모든 게 스마트폰 속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더라. 미술도 마찬가지였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작가의 브랜드를 소비하고 주변에 과시하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을 풍자하기 위해 만화 캐릭터 ‘후’를 만들었다.”
전시는 후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10분짜리 영상으로 시작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마티스의 작품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도 함께 걸려 있다. 지하 1층에서는 피카소, 마티스, 폴 세잔 등 유명 거장의 그림을 재미있게 오마주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은 대체로 친숙하면서도 유쾌하다. 데이미언 허스트와 마르셀 뒤샹 등에게 영감을 얻은 작품이 있다.
“전시장은 예술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사회 비판을 담은 일종의 세계관이자 테마파크 같은 공간”이라는 게 후지와라의 설명이다. “미래의 미술은 지금처럼 진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돈과 놀이와 패션이 합쳐진 테마파크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
그의 작품들을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사회 비판의 메시지로 읽을지, ‘미술 상업화 비판’의 탈을 쓴 또 다른 상업화로 읽을지는 관람객에게 달려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