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은행발 위기 우려가 여전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한 데 이어 또 다른 ‘좀비 은행’이 등장할 거란 전망이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3일 기준금리를 또 올렸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역은행의 생존을 위협할 거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미국 내 186개 은행은 무보험 예금자의 절반만 돈을 빼도 파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보험 예금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 주가가 50.62% 폭락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 주가는 38.45% 떨어졌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들에 ‘특별 수수료’(보험료)를 부과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도 이런 상황의 일환이다. FDIC의 예금보험기금(DIF)은 예금 보호 한도(25만달러)를 보장하는 핵심 재원이다. 그러나 미 금융당국이 지역은행발 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SVB와 시그니처은행 예금자들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손실도 일부 보전하기로 하면서 DIF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FDIC에 따르면 예금 전액 보증으로 192억달러,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관련해 130억달러의 손실을 DIF에서 부담한다. 앞서 미 금융당국은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자금을 예치하고 JP모간체이스가 결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기로 한 덕에 ‘급한 불’을 끈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 DIF를 어떻게 충당할지다. 특별 수수료만으로 다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다. 현행법상 FDIC는 보험 예금 100달러당 1.35달러꼴로 기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FDIC의 예금 보호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가능성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FDIC가 모든 예금을 보장하지 않으면 지역은행 전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불똥은 공매도 투자로도 번졌다. 기초체력이 튼튼한 은행들의 주가의 변동성이 커져서다. 공매도란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남에게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는 올 들어 헤지펀드들이 지역은행 주식에 대한 공매도로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건전한 은행에 대한 공매도 압력을 포함해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장서우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