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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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입자가 매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올해 1분기 10조원을 넘어섰다. 3년3개월 만에 20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ETF에 투자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증권사(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한국투자 신한투자) 퇴직연금 계좌의 ETF 잔액은 지난 1분기 기준 10조9000억원이었다. 증권사 계좌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한 경우 ETF를 직접 매매할 수 있다. 증권사 DC·IRP 시장에서 5개 증권사의 점유율은 90%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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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기준 퇴직연금 계좌 내 ETF 잔액은 4900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며 주식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진 2020년 2조1000억원으로 늘었고, 이듬해에는 7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지수가 25% 하락한 지난해에도 8조5000억원으로 잔액이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통한 ETF 투자가 늘어난 이유로는 △공모 펀드 대비 낮은 수수료 △다양한 상품 출시 △거래의 간편함 △젊은 세대의 공격적 운용 성향 등을 꼽았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예금에서 잠자던 퇴직연금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DC형 전체 가입자의 실적배당형 상품(펀드, ETF 등) 편입 비중은 22%지만 MZ세대는 이 비중이 38%였다.

펀드보다 수수료 싸고 거래 간편…'이유있는' ETF 열풍

퇴직연금 ETF 10조 돌파
퇴직연금용 공모펀드는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을 합해 1.5% 정도를 연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운용보수는 자산운용사가, 판매보수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판매사가 가져간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운용보수로 0.5% 정도만 떼어간다.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으로 직접 매매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순자산이 매년 1000만원으로 유지되는 공모펀드는 10년간 수수료가 150만원 빠져나가는데 ETF는 50만원만 내면 된다”며 “펀드는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도 인기를 잃어 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상장된 ETF는 5일 기준 704개다. 증시 하락기이던 지난해에도 역대 최다인 133개의 신상품이 상장됐다. 2차전지, 반도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대부분의 증시 유행 테마뿐 아니라 국내외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무위험지표금리(KOFR)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ETF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맞춤형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단일종목 ETF, 타깃데이트펀드(TDF) ETF 등이 대표적이다.

단일종목 ETF는 주식 한 종목을 30% 담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개별 주식은 살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특정 종목만 투자하고 싶어 하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겨냥했다. TDF ETF는 공모 펀드 형식인 TDF를 ETF로 만든 것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정 시점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알아서 배분해 주는 상품이다. 이태훈 기자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