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퀀텀 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전략 마련에 나섰다.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의 전략적 경쟁자들은 핵심 첨단 기술 분야 표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우려하는 첨단 분야는 AI, 에너지, 생명공학, 퀀텀 등이다. 이들 첨단산업의 기술 우위를 중국에 빼앗기면 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군사적 위협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우려다.

미국 정부는 핵심 과학 부문의 ‘선(先) 표준화 연구’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 학계 및 민간 부문과 연계를 강화해 표준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표준 인력을 늘리고, 교육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방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표준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 백악관은 “반도체지원법으로 미국의 반도체 연구에 527억달러가 투자됐다”며 “반도체법과 표준 발전을 연계해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표준 정보와 관련한 관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제적 동참과 관련해선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표준 부문에서 우선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통제를 통해 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을 원천 차단한 데 이어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의 동참도 압박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뿐 아니라 AI와 퀀텀 컴퓨팅 등으로 수출 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중국의 물량 공세에 미래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수출통제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도전하려는 소수 국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백악관 AI대책회의에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백악관은 이날 새로운 AI 연구를 위해 국가과학재단이 1억4000만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백악관은 AI 기술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빅테크가 안전성과 보안에 대한 윤리적·도덕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