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사랑한 것과 온전하게 작별할 수 있길"…'작별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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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체 중편 엮은 첫 연작 소설…헤어지고 부서진 이들의 이야기
독일에서 암 투병을 하던 친구가 생의 마지막 인사를 전해왔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친구는 "이 메일을 받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너와 만나서 행복했고 잊지 않을 거고 더 오랜 시간 같이 못해주어 미안하다"며 가슴 철렁한 작별을 고했다.
친구와의 헤어짐을 앞에 둔 '나'는 하염없이 자책한다.
"네가 와도 좋아, 라고 말할 수 있었던 때를 다 놓치고 나서야 지금 너에게 가겠다고 이러는 것이 지랄 같다고 느껴."
친구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유럽으로 향하지만 친구는 한사코 만나주지 않는다.
나는 친구의 언저리에서 마냥 기다리며 말한다.
"나는 여기 있을게…사랑하고도 너를 더 알지 못해서 미안해."
신경숙 작가의 첫 연작 소설 '작별 곁에서'에 담긴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삶의 끝자락에 선 친구와의 시간을 복기하며 절절하게 써 내려간 편지다.
이 책은 서간체로 된 중편 3편을 엮었다.
모두 예기치 않은 일로 소중한 존재와 작별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 다른 중편 '봉인된 시간' 속 화자는 1979년 외교관으로 파견된 군인 남편을 따라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지만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떠나온 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사건과 12·12 쿠데타가 일어나고, 남편이 암살자 최측근이란 이유로 "낯선 땅의 난파선"처럼 불법 체류 신세가 됐다.
화자는 뉴욕에 1년간 머문 고국의 화가와 인연을 맺은 뒤 한국으로 떠난 그에게 꾸준히 이메일을 보낸다.
이 글에는 먼저 떠난 남편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메일의 수신자인 '작별 곁에서' 속 화자는 제주를 찾아 8년 만에 뉴욕으로 답신을 쓴다.
그 사이 그는 딸을 잃은 자책으로 은둔 생활을 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할퀸 상처를 목격했다.
"도대체 얼마를 더 살아야 처음 닥치는 일이 사라지는 것일까요…인간은 태어나서 죽기 일초 전까지 처음 앞에 서게 되는 거네요.
"
제주에서 4·3의 아픈 흔적을 접한 그는 비로소 "내 숨이 내 것인 것만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몸을 일으킬 힘을 얻는다.
"이젠 여기 없는 존재들을 사랑하고 기억하다가 곧 저도 광활한 우주 저편으로 사라지겠지요.
"
신경숙은 작가의 말에서 "지금 내게는 작별하는 일이 인생 같다"며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는 "부서진 그 자리에서 다시 살아봐야 하는 것이 숨을 받은 자들의 몫이라는 말을 당신에게 하고 싶었는지도"라며 "당신이 사랑한 것, 마음이 묻어 있는 것들과 온전하게 작별할 수 있기를"이라고 바랐다.
창비. 268쪽.
/연합뉴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친구는 "이 메일을 받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너와 만나서 행복했고 잊지 않을 거고 더 오랜 시간 같이 못해주어 미안하다"며 가슴 철렁한 작별을 고했다.
친구와의 헤어짐을 앞에 둔 '나'는 하염없이 자책한다.
"네가 와도 좋아, 라고 말할 수 있었던 때를 다 놓치고 나서야 지금 너에게 가겠다고 이러는 것이 지랄 같다고 느껴."
친구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유럽으로 향하지만 친구는 한사코 만나주지 않는다.
나는 친구의 언저리에서 마냥 기다리며 말한다.
"나는 여기 있을게…사랑하고도 너를 더 알지 못해서 미안해."
신경숙 작가의 첫 연작 소설 '작별 곁에서'에 담긴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삶의 끝자락에 선 친구와의 시간을 복기하며 절절하게 써 내려간 편지다.
이 책은 서간체로 된 중편 3편을 엮었다.
모두 예기치 않은 일로 소중한 존재와 작별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 다른 중편 '봉인된 시간' 속 화자는 1979년 외교관으로 파견된 군인 남편을 따라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지만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떠나온 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사건과 12·12 쿠데타가 일어나고, 남편이 암살자 최측근이란 이유로 "낯선 땅의 난파선"처럼 불법 체류 신세가 됐다.
화자는 뉴욕에 1년간 머문 고국의 화가와 인연을 맺은 뒤 한국으로 떠난 그에게 꾸준히 이메일을 보낸다.
이 글에는 먼저 떠난 남편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메일의 수신자인 '작별 곁에서' 속 화자는 제주를 찾아 8년 만에 뉴욕으로 답신을 쓴다.
그 사이 그는 딸을 잃은 자책으로 은둔 생활을 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할퀸 상처를 목격했다.
"도대체 얼마를 더 살아야 처음 닥치는 일이 사라지는 것일까요…인간은 태어나서 죽기 일초 전까지 처음 앞에 서게 되는 거네요.
"
제주에서 4·3의 아픈 흔적을 접한 그는 비로소 "내 숨이 내 것인 것만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몸을 일으킬 힘을 얻는다.
"이젠 여기 없는 존재들을 사랑하고 기억하다가 곧 저도 광활한 우주 저편으로 사라지겠지요.
"
신경숙은 작가의 말에서 "지금 내게는 작별하는 일이 인생 같다"며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는 "부서진 그 자리에서 다시 살아봐야 하는 것이 숨을 받은 자들의 몫이라는 말을 당신에게 하고 싶었는지도"라며 "당신이 사랑한 것, 마음이 묻어 있는 것들과 온전하게 작별할 수 있기를"이라고 바랐다.
창비. 2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