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부모돌봄법'일까 '한국판 카스트법'일까…간호법 강대강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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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촉각…제정 돼도 안 돼도 혼란 불가피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보건의료계를 뒤흔들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염원하는 간호사와 간호법을 저지하려는 의사, 간호조무사, 다른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이 최근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된 가운데 간호법이 그대로 공포될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아니면 막판 극적인 중재가 이뤄질지 향후 며칠간이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간호법과 관련한 주요 경과와 쟁점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간호법 도대체 뭐길래.
▲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자격, 업무 범위, 책무,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법으로,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떼어낸 독자적인 법이다.
간호법 제정은 지난 2005년, 2019년에도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021년 국민의힘 최연숙, 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대안이다.
의사와 간호조무사단체 등의 반발 속에서도 야당 주도로 상임위를 통과하고 지난 2월 본회의에 직회부됐고 지난달 27일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 간호사들은 왜 간호법 제정을 원하나.
▲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들의 숙원이고, 간호사단체의 최우선 추진 과제였다.
대한간호협회 등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이 변화한 보건의료 환경과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맞춤형 돌봄을 위해서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 등이 체계적으로 규정된 독자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이라고 주장한다.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가 열악하다는 문제의식도 간호법 제정 요구로 이어졌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안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간호법 제정은 누가 왜 반대하나.
▲ 현재 13개 보건의료단체들이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결성해 간호법 저지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단체 등이 속해 있다.
간호사, 그리고 '양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겨냥해 간호법 찬성 입장을 밝힌 한의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보건의료계가 대체로 반대쪽에 서 있다.
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특례법'이라고 주장하며, 간호사들의 업무 영역이 확장돼 자신들의 영역이 잠식될까 우려하고 있다.
간호법의 목적을 서술한 제1조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의료법에 없는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이러한 우려의 근원이다.
의사들은 향후 간호사들이 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간호조무사들은 의료기관뿐 아니라 요양원 등 지역사회 시설에서도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보조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도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밖으로 영역을 넓혀 자신들의 고유 업무를 수행할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 간호조무사들은 왜 이 법이 '한국판 카스트법'이라고 주장하나.
▲ 간호법에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이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 졸업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자로 간호조무사양성소 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의료법과 같은 내용으로, 간호조무사들이 학력 '상한'을 설정한 이 조항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규정대로라면 전문대 간호조무과가 생기더라도 졸업 후 관련 학원을 다녀야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이나 학원으로 충분하다는 시각이 담긴 이 학력 규정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계급'을 고착화한다고 주장한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사들이) 간호라는 이름 아래 간호조무사를 자신들의 종처럼 부리려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
▲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본회의 통과 전후로 간호법이 실질적인 변화는 없이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법이라고도 표현했다.
정부와 여당은 간호법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몇 차례 중재안을 마련해 제시했다.
법 명칭과 범위, '지역사회' 문구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등을 수정한 중재안들이 나왔지만 합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복지부는 논란이 되는 업무 범위 등의 내용은 의료법에 남기고 처우 개선 부분은 강화한다는 취지의 중재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간호사 처우 개선 대책을 예정보다 앞당겨 발표하기도 했다.
-- 앞으로의 일정은.
▲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 이송 후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재의요구안 의결은 국무회의에서 이뤄지는데 이르면 오는 9일, 유력하게는 1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연대의 간호법 저지 투쟁 일정도 이 일정에 맞춰져 있다.
의료연대는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을 거쳐 17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16일 국무회의를 지켜본 뒤 거부권 행사 없이 법안이 공포되면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폐기된다면 간호사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어느 쪽이든 의료현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인 데다 거부권 행사 또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은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막판까지 중재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을 염원하는 간호사와 간호법을 저지하려는 의사, 간호조무사, 다른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이 최근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된 가운데 간호법이 그대로 공포될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아니면 막판 극적인 중재가 이뤄질지 향후 며칠간이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간호법과 관련한 주요 경과와 쟁점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간호법 도대체 뭐길래.
▲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자격, 업무 범위, 책무,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법으로,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떼어낸 독자적인 법이다.
간호법 제정은 지난 2005년, 2019년에도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021년 국민의힘 최연숙, 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대안이다.
의사와 간호조무사단체 등의 반발 속에서도 야당 주도로 상임위를 통과하고 지난 2월 본회의에 직회부됐고 지난달 27일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 간호사들은 왜 간호법 제정을 원하나.
▲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들의 숙원이고, 간호사단체의 최우선 추진 과제였다.
대한간호협회 등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이 변화한 보건의료 환경과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맞춤형 돌봄을 위해서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 등이 체계적으로 규정된 독자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이라고 주장한다.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가 열악하다는 문제의식도 간호법 제정 요구로 이어졌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안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간호법 제정은 누가 왜 반대하나.
▲ 현재 13개 보건의료단체들이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결성해 간호법 저지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단체 등이 속해 있다.
간호사, 그리고 '양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겨냥해 간호법 찬성 입장을 밝힌 한의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보건의료계가 대체로 반대쪽에 서 있다.
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특례법'이라고 주장하며, 간호사들의 업무 영역이 확장돼 자신들의 영역이 잠식될까 우려하고 있다.
간호법의 목적을 서술한 제1조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의료법에 없는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이러한 우려의 근원이다.
의사들은 향후 간호사들이 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간호조무사들은 의료기관뿐 아니라 요양원 등 지역사회 시설에서도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보조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도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밖으로 영역을 넓혀 자신들의 고유 업무를 수행할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 간호조무사들은 왜 이 법이 '한국판 카스트법'이라고 주장하나.
▲ 간호법에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이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 졸업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자로 간호조무사양성소 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의료법과 같은 내용으로, 간호조무사들이 학력 '상한'을 설정한 이 조항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규정대로라면 전문대 간호조무과가 생기더라도 졸업 후 관련 학원을 다녀야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이나 학원으로 충분하다는 시각이 담긴 이 학력 규정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계급'을 고착화한다고 주장한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사들이) 간호라는 이름 아래 간호조무사를 자신들의 종처럼 부리려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
▲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본회의 통과 전후로 간호법이 실질적인 변화는 없이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법이라고도 표현했다.
정부와 여당은 간호법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몇 차례 중재안을 마련해 제시했다.
법 명칭과 범위, '지역사회' 문구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등을 수정한 중재안들이 나왔지만 합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복지부는 논란이 되는 업무 범위 등의 내용은 의료법에 남기고 처우 개선 부분은 강화한다는 취지의 중재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간호사 처우 개선 대책을 예정보다 앞당겨 발표하기도 했다.
-- 앞으로의 일정은.
▲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 이송 후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재의요구안 의결은 국무회의에서 이뤄지는데 이르면 오는 9일, 유력하게는 1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연대의 간호법 저지 투쟁 일정도 이 일정에 맞춰져 있다.
의료연대는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을 거쳐 17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16일 국무회의를 지켜본 뒤 거부권 행사 없이 법안이 공포되면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폐기된다면 간호사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어느 쪽이든 의료현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인 데다 거부권 행사 또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은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막판까지 중재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