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달 29일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문을 닫는 소아청소년과(소아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미용·통증 클리닉 등 다른 진료과목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소아과 의사들을 지원하는 작업이 본격화돼서다.

이는 저출산, 낮은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진료량 급감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과 간판을 내리겠다"고 폐과 선언을 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7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달 28일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반 진료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사전교육 성격의 '총론' 강좌 참여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한 지 이틀 만에 350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4일 기준으로는 총 521명이 신청했다.

이와 관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내달 1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총론 강좌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미용, 비만, 하지정맥류, 천식 진단과 진료, 당뇨 진단과 관리, 고지혈증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의 특성에 대해 소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이 같은 총론 강좌를 주기적으로 마련해 회원들이 소아과 진료 이외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총론 강좌를 진행한 뒤에는 미용, 당뇨, 고지혈증, 하지정맥류 등 회원 희망 분야별로 학원처럼 정예반을 운영하는 교육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초음파 검사, 통증 치료 등 실습도 지원한다.
문 닫는 소아과가 늘면서 동네 소아과 진료를 보는 게 더 어려워졌다. /사진=연합뉴스
문 닫는 소아과가 늘면서 동네 소아과 진료를 보는 게 더 어려워졌다. /사진=연합뉴스
턱없이 낮은 진료비로 버티고 있었던 데다, 유일한 비급여 시술이었던 소아 예방접종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동네 병·의원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게 의사회 측의 입장이다.

임현택 의사회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태로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다. 지난 5년간 662개가 폐업했다.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고 동남아 국가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사회는 다른 진료과로 전환을 희망한 소아과 의사들이 교육을 거쳐 새로운 진료를 시작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동네 소아과가 일반 진료과로 전환될 경우, 병·의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의사회 측은 "소아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면서도 "동네 소아과가 경증 환자를 맡고 치료가 시급한 중증·희귀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빨리 보낼 의료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