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챗GPT 열풍은 원자폭탄…매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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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현장 리포트
4만명 운집…투자자 콘서트 방불
4만명 운집…투자자 콘서트 방불
4만명 운집…투자자 콘서트 방불
4만명 운집…투자자 콘서트 방불
인구 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미국 중서부의 한적한 도시 오마하가 6일(현지시간) 새벽부터 북적였다. 전날 오마하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만난 우버 기사는 “이번주에는 벅셔해서웨이가 우리를 먹여 살린다”고 했다. 1박에 90달러를 넘지 않던 공항 근처의 모텔이 숙박료를 세 배 더 불렀다. 세계 최대 규모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3일 동안 만들어내는 오마하의 변화다.
전설적인 가치투자자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회사 측은 지난해 4만 명이 운집했는데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1년 전보다 인파만 늘어난 게 아니다. 벅셔해서웨이의 황금기를 이끈 두 거물의 나이도 함께 늘었다. 버핏 회장은 오는 8월이면 93세가 되고, 1924년생인 찰리 멍거 부회장은 100세가 눈앞이다. 이들이 언제 지휘봉을 내려놓을지가 올해 주주들의 큰 근심이자 관심거리다. 세계 각지의 취재진은 버핏 회장의 여전한 유머 감각만큼이나 그가 숨차 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투자자를 위한 ‘슈퍼콘서트’로 불려온 벅셔해서웨이 총회는 올해 묘한 긴장감 속에서 열렸다.
버핏 회장은 이날 챗GPT 열풍과 관련해 “원자폭탄과 비슷하다”며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실패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재앙이 됐을 것”이라며 은행 경영자들이 파산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FDIC)가 지급보증 한도를 25만달러(약 3억3175만원)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 상한선을 높여 모든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은행 위기가 계속될 것이고, 그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코 미국의 성장과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미국의 성장에 낙관적이었던 버핏 회장의 생각에도 일부 변화가 관측됐다. ‘탈(脫)달러화’ 움직임이 점차 감지되는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이 점점 정치적이며 국수적으로 향해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언급과 함께 “미국이 언제까지 달러를 찍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버핏은 그러나 달러가 앞으로 상당 기간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국제 무역에서 달러 이외 통화의 결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정학적 문제는 버핏 회장이 투자에 고려하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보유 중이던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 지분을 86% 줄였다. 버핏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도 TSMC를 언급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가운데 하나지만 이 회사의 ‘지정학적 위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나절에 걸쳐 진행하는 질의응답 중엔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의 의견이 갈린 부분도 눈에 띄었다. 멍거 부회장은 “가치 투자자들이 앞으로 돈을 덜 버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환경이 점점 비우호적으로 변하며 좋은 기회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반대로 버핏 회장은 “좋은 기회는 현명하지 않은 투자자가 많아질 때 주어진다”며 장기 가치투자에 대한 신뢰를 재차 확인했다.
오마하=신인규 한국경제TV 특파원
전설적인 가치투자자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회사 측은 지난해 4만 명이 운집했는데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1년 전보다 인파만 늘어난 게 아니다. 벅셔해서웨이의 황금기를 이끈 두 거물의 나이도 함께 늘었다. 버핏 회장은 오는 8월이면 93세가 되고, 1924년생인 찰리 멍거 부회장은 100세가 눈앞이다. 이들이 언제 지휘봉을 내려놓을지가 올해 주주들의 큰 근심이자 관심거리다. 세계 각지의 취재진은 버핏 회장의 여전한 유머 감각만큼이나 그가 숨차 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투자자를 위한 ‘슈퍼콘서트’로 불려온 벅셔해서웨이 총회는 올해 묘한 긴장감 속에서 열렸다.
버핏 회장은 이날 챗GPT 열풍과 관련해 “원자폭탄과 비슷하다”며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버핏 "美 은행위기, 정부 개입 없었으면 큰 재앙 됐을 것"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이어 “원자폭탄 개발은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엄청난 인류의 진보였지만 그 피해는 엄청났다”고 덧붙였다. 버핏의 평생 파트너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도 인공지능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챗GPT가 많은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나는 아직 챗GPT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전 세계에서 4만 명 이상 몰려
예년에 비해 투자자들은 미국의 위기 가능성에 더 집중했다. 채 사그라지지 않은 은행권 불안과 관련한 질문이 줄을 이었고, 버핏 회장은 “은행 예금은 안전하지만 은행주 투자자와 채권자들은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실리콘밸리은행(SVB)의 실패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재앙이 됐을 것”이라며 은행 경영자들이 파산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FDIC)가 지급보증 한도를 25만달러(약 3억3175만원)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 상한선을 높여 모든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은행 위기가 계속될 것이고, 그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코 미국의 성장과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미국의 성장에 낙관적이었던 버핏 회장의 생각에도 일부 변화가 관측됐다. ‘탈(脫)달러화’ 움직임이 점차 감지되는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이 점점 정치적이며 국수적으로 향해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언급과 함께 “미국이 언제까지 달러를 찍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버핏은 그러나 달러가 앞으로 상당 기간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국제 무역에서 달러 이외 통화의 결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버핏·멍거, 가치투자 다른 관점
‘내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쪽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치적 의견 피력을 되도록 자제해온 그가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 하나에 약 15분을 들여 답한 것도 이번 총회의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버핏 회장은 양국 모두에 분열의 책임이 있고, 중국과의 자유무역은 미국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멍거 부회장은 “미·중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은 매우 멍청한 짓”이라고 일갈했다.지정학적 문제는 버핏 회장이 투자에 고려하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보유 중이던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 지분을 86% 줄였다. 버핏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도 TSMC를 언급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가운데 하나지만 이 회사의 ‘지정학적 위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나절에 걸쳐 진행하는 질의응답 중엔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의 의견이 갈린 부분도 눈에 띄었다. 멍거 부회장은 “가치 투자자들이 앞으로 돈을 덜 버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환경이 점점 비우호적으로 변하며 좋은 기회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반대로 버핏 회장은 “좋은 기회는 현명하지 않은 투자자가 많아질 때 주어진다”며 장기 가치투자에 대한 신뢰를 재차 확인했다.
오마하=신인규 한국경제TV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