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깜짝 발언…'사죄' 대신 '공감' 표했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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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셔서 마음 아프다"
공동 기자회견서 과거사 문제 관련 예상밖 발언
공동 기자회견서 과거사 문제 관련 예상밖 발언
"(일제 식민지배)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일본 총리로는 12년 만에 양국간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죄' 대신 '공감'을 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3월6일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의 조치가 진전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께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데 감동 받았다"며 "저 자신, 당시의 어려운 환경에서 다수의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데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프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은 일본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깜짝 발언'이다. 대부분의 일본 정부 관계자와 미디어들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사죄와 반성'을 기대한 한국인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기시다 총리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기시다파는 소속 의원이 43명에 불과한 자민당 4대 파벌이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9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는 취약한 당내 기반 때문에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정책에서도 아베파를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파를 비롯한 자민당 보수 세력은 한국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내에서 기시다 총리의 '깜짝 발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 것도 당내의 이러한 기류를 반영해서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전에 조율한 적은 없다"며 "기시다 총리가 나름대로 생각한 부분을 자발적으로 말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성의 표시'에 윤석열 대통령도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엄중한 안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현안과 미래관계에 대해 한 걸음도 내딛어선 안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 정상은 오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상공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약 14만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한반도 출신 사망자 5000~8000명(히로시마시 추산)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출신 피해자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큰 발걸음을 내딛은 한일 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 총리로는 12년 만에 양국간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죄' 대신 '공감'을 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3월6일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의 조치가 진전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께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데 감동 받았다"며 "저 자신, 당시의 어려운 환경에서 다수의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데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프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은 일본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깜짝 발언'이다. 대부분의 일본 정부 관계자와 미디어들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사죄와 반성'을 기대한 한국인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기시다 총리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기시다파는 소속 의원이 43명에 불과한 자민당 4대 파벌이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9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는 취약한 당내 기반 때문에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정책에서도 아베파를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파를 비롯한 자민당 보수 세력은 한국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내에서 기시다 총리의 '깜짝 발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 것도 당내의 이러한 기류를 반영해서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전에 조율한 적은 없다"며 "기시다 총리가 나름대로 생각한 부분을 자발적으로 말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성의 표시'에 윤석열 대통령도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엄중한 안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현안과 미래관계에 대해 한 걸음도 내딛어선 안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 정상은 오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상공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약 14만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한반도 출신 사망자 5000~8000명(히로시마시 추산)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출신 피해자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큰 발걸음을 내딛은 한일 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