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래리 핑크, 환경단체와 우파 양쪽서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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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ESG 투자 역할 커지면서 '곤욕'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친환경 투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환경 보호에서 사모펀드 등 투자자의 역할이 커지면서 9조 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블랙록이 주요 타겟이 돼 환경주의 단체와 우파 단체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보수주의 단체와 공화당 지지 지역 정치인 등 사이에선 이른바 깨어있는 투자(woke investing)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들은 금융권과 기업들의 정책을 공격하면서 상징적인 타겟으로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지목하고 "최악의 범죄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블랙록은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디즈니와 앤하이저부시와 함께 깨어있음을 반대하는(anti-woke) 운동의 단골 비판의 대상이 됐다.
블랙록은 그러나 올해초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한 발 후퇴했다. 마크 위드먼 블랙록 글로벌 고객 총괄은 "무차별적인 친환경 투자 대신 실제로 수익을 내면서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쪽으로 목표를 조정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데 따른 조치다. 블랙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현실을 고려해 무모하게 서두르지 않고 책임감 있고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약속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당 지지성향 주(州)와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원장은 "월스트리트가 실제로는 화석 연료 회사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비정부단체(NGO) 우르게발트는 "블랙록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화석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석탄 개발업체에는 가장 많이 투자했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 미국 정부가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WP는 "은행과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들이 사실상 기후 규제 기관의 역할을 맡게 됐다"며 "산업계가 탄소 없는 미래를 수용하도록 요구하는 국가 정책이 없다면, 미국은 월스트리트의 압력에 의존하는 규제와 자발적 프로그램만 남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