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꽃집에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의 한 꽃집에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카네이션 꽃바구니 중간 사이즈가 8만원 가까이 하네요. 올해는 카네이션 배송은 포기했습니다.”

직장인 김수빈 씨(32)는 올해 어버이날에는 고향(경기 평택)에 있는 부모에게 카네이션 배송 대신 현금을 드리기로 했다. 카네이션 가격이 워낙 뛰어 작은 꽃바구니 하나에 5만원, 중간 사이즈는 7만5000~8만원 정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송비도 1만원 추가됐다.

웬만한 카네이션 꽃바구니 선물을 하려면 10만원 가까이 드는 셈. 김 씨는 “배송비까지 부담하며 꽃바구니를 보내는 건데 작은 사이즈를 하기엔 마음에 걸리고 큰 사이즈는 너무 비싸더라. 차라리 그 돈을 보태 현금을 보내드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8일 어버이날과 15일 스승의날을 앞두고도 줄어든 꽃 소비가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정의달 5월이면 화훼 농가들이 누렸던 ‘카네이션 특수’가 사라져 농가와 꽃 판매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에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에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내 대표적 화훼 도매시장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경매로 거래된 카네이션 물량은 6만1345단으로 전년 같은 기간(2022년 5월1~6일)의 7만2557단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고물가로 꽃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등 꽃 대신 현금이나 꽃모양 용돈다발, 꽃 현금상자 등 현금 위주의 실용적 선물로 대신하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사실 꽃 도매가격 자체는 내렸지만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가격은 오히려 인상됐다. 카네이션 1단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8836원에서 올해 7069원으로 떨어졌지만 전기세·유류비부터 인건비, 화분 및 상자 등 자재 비용이 늘어나 도매가 하락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가정의달 대목을 맞아 꽃가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도 더해졌다.

꽃 소매가는 오르고 소비자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배 농가나 꽃집 자영업자들도 시름이 깊다. 생산비 급증애 이어 값싼 수입산 꽃의 공세도 거세다. 코로나19로 막혔던 물류가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중국산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데, 도매가가 국산의 절반 수준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꽃 수입선이 기존 중국 중심에서 콜롬비아 등으로 다변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콜롬비아와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한 카네이션 절화 수입량은 1만797t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27.6% 증가했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 꽃 배달 프랜차이즈가 대량으로 중국산을 유통하면서 국산 재배 농가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5월 대목을 노리고 저렴한 수입 꽃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카네이션을 대체하는 선물로 현금 등 실용적 선물을 선택하는 추세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생화를 활용한 선물보다는 안마기기와 건강보조식품 등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상품들을 앞세운 어버이날 선물이 많이 등장했다.

롯데멤버스가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지난달 12~16일 진행한 설문 결과(20~60대 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올해 어버이날 선물로 현금·상품권 등 '용돈'을 준비하겠다는 응답이 62.2%로 가장 많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