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중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한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시장금리가 하락해 NIM이 전분기보다 내려갈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NIM은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저원가로 조달한 예금이 풍부한 데다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소상공인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하락기’에 더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금리 예금 탄탄…조달 비용 적어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 1분기 NIM은 1.79%로, 지난해 4분기보다 0.02%포인트 뛰었다. 신한은행(1.59%)의 NIM은 같은 기간 0.08%포인트 하락했고, 하나은행(1.68%)과 우리은행(1.65%)도 전분기보다 각각 0.06%포인트와 0.03%포인트 떨어졌다.
금리 하락기에도…국민은행 NIM '나홀로 상승'
NIM은 은행의 자산운용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금리가 낮아 조달비용이 적은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확보하고, 수익성이 높은 대출을 많이 내줄수록 NIM이 높아지는 구조다.

금융권에선 당초 올 1분기 4대 은행 NIM이 작년 4분기보다 0.06~0.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금리 상승세가 멈춘 데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NIM이 나홀로 상승한 것은 금리가 연 0.1%에 불과한 저원가성 예금이 풍부해서다. 1분기 말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MMDA) 등을 합한 핵심예금은 146조원에 달했다. 서울과 인천 등 시금고를 통해 안정적인 예금을 확보하고 있는 신한은행(132조원)은 물론 하나·우리은행(116조원)과 비교해서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국민은행의 막대한 저원가성 예금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3300만 명의 고객 수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이 1963년 서민금융 전담 은행으로 문을 열어 개인 고객이 많고, 주택청약저축 등 서민주택금융 은행이었던 주택은행과 2001년 합병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고정금리 대출 많아…금리 하락 ‘선방’

국민은행이 은행에 불리한 금리 하락기에 NIM을 개선할 수 있었던 다른 비결로는 소상공인 대출이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소상공인은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선호한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다른 은행들은 금리가 내려가면서 올 들어 NIM이 떨어진 데 비해 국민은행은 지난해 금리 상승분이 상대적으로 늦게 반영되면서 NIM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세가 가팔랐던 작년엔 국민은행의 연간 NIM 상승폭은 0.11%포인트로 신한(0.16%포인트) 우리(0.19%포인트) 하나(0.21%포인트) 등 4대 은행 중 가장 작았다.

국민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소상공인 대출액이 가장 많고 비중도 높다. 1분기 말 국민은행의 소상공인 대출액은 86조3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164조3000억원)의 절반(52.5%)을 웃돈다. 2위인 신한은행(대출액 64조6456억원·대출 비중 42.5%)에 비해 소상공인 대출액은 21조원 더 많고, 대출 비중도 10%포인트 더 높다. 대기업 거래가 많은 우리은행(52조6620억원·33.2%)은 소상공인 대출액이 4대 은행 중 가장 적었다. 한 시중은행 경영담당 부행장은 “국민은행의 NIM 개선은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