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쟁점인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대신 현행법상 최우선변제 제도를 활용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정부가 ‘혈세 투입’이라며 보증금채권 매입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내놓은 차선책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최우선변제가 기존 선순위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우선변제 제도를 보증금채권 매입의 대안으로 전세사기 특별법에 담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여야는 지난 1일과 3일 두 차례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특별법에 담길 내용을 조율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피해 지원 대상 설정과 정부의 전세사기 주택 보증금채권 매입 여부가 쟁점이었다.

야당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더해 보증금반환 채권 매입을 통한 ‘선(先)구제 후(後)회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거나 이를 원치 않을 경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우선매수권을 넘겨 공공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 대책만으론 피해자 구제가 충분치 않다는 게 야당 입장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보증금채권 매입이 어렵다고 한다면 최우선변제라도 특별법에 포함해 피해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했다. 국토위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최우선변제 제도를 활용해 피해자의 보증금을 보전하는 방안을 추가로 제안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소액 임차인에게 보증금 보호 차원에서 특별한 경우에 한해 최우선변제권을 부여한다. 금융권 등 선순위 담보권자보다 보증금 일부를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보증금 기준은 1억6500만원(서울)이고, 우선 변제되는 보증금 상한은 5500만원이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피해자보다 변제 순서가 앞선 채권자들이 향후 정부를 상대로 줄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