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조합원으로 최대 파업 효과"…민주노총, 쿠팡 장악에 올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지난달 말 설립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지회 조합원은 100명 안팎이다. 아직은 CLS와 업무 위탁을 맺은 전국 대리점 택배기사(일명 ‘퀵플렉스’·1만여 명 추산)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민주노총이 세 불리기를 위한 핵심 타깃으로 삼은 만큼 그 수가 단기간 눈에 띄게 늘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작년 초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 때처럼 적은 수의 조합원이 파업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겪는 불편은 막대할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우려다.

e커머스 공략하는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e커머스, 배달 플랫폼 기업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종사자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쿠팡 임직원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말 9571명에서 2020년 4만2961명으로 네 배 넘게 급증한 데 이어 2021년 5만7834명, 작년엔 6만1213명으로 불어났다.

쿠팡은 급증하는 배송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2021년 외부 택배 대리점주들과 계약을 맺고 대체 배송을 시작했다. 이들이 택배노조가 첫 번째 공략 대상으로 삼은 퀵플렉스 배달 기사들이다. 2년간 1만 명 넘게 수가 늘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LS 소속 정직원보다 하청을 맡은 택배기사를 조직화하는 게 더 쉽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과 달리 CJ대한통운 등 대다수 택배업체는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대리점주에게 택배를 위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체에 직고용된 기사보다 근로자와 사업자 성격이 모두 있는 ‘특수형태고용 종사자’의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앞으로 쿠팡 역시 퀵플렉스 배달 기사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택배노조 조합원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올초 서울행정법원이 “CJ대한통운 등 원청 업체는 업무 위탁을 맺은 대리점 노조인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택배노조에 더 힘이 실렸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동시다발 노조 설립 추진

민주노총은 쿠팡 외에도 다른 유통기업과 배달 플랫폼 업체에 동시다발적으로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초 초저가 유통회사인 아성다이소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다이소 물류센터 지회가 들어선 데 이어 다이소와 계약을 맺은 배송 기사들도 최근 노조 설립을 신청했다.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조는 2020년 ‘배송 기사 조직화’를 목표로 온라인 배송 지회를 출범시키고 몸집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배송 기사들은 지난해 노조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사측이 인가를 인정하지 않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노동계에선 “민주노총이 기존 제조업 분야의 노조 조직화가 예전처럼 쉽지 않자 신성장 분야인 ‘생활 밀착형’ 업종에서 활로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 내 최대 산별 노조인 전국금속노조는 노조원 고령화와 기존 노조에 대한 반감으로 조직 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내 핵심 지부인 현대자동차·기아 노조에서만 매년 노조원이 2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강성 운동권인 ‘경기동부연합’이 노조의 세를 불려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도 해석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모두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적은 수 파업해도 타격 커

경제계는 앞으로 택배노조 파업이 빈번해지거나 하청·재하청 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택배·배달 업종 특성상 적은 수의 노조원이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도 적지 않은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작년 초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당시 파업 참여 노조원은 전체 택배기사의 8% 정도였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노조원이 다수의 비(非)노조원 업무까지 방해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하헌형/조철오/곽용희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