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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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일 현대자동차그룹 시무식. 매년 경영진 전용 좌석이 놓이던 강당 단상이 휑했다. 그룹 총괄경영 4개월차이던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사진)은 임직원 700여 명과 함께 객석 일반 좌석에 앉았다. 국민의례 다음 순서이던 ‘회장님께 인사’도 사라졌다. ‘넥타이 부대’ ‘군대식 문화’로 이름 높았던 현대차그룹의 기업 문화 혁명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정의선 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현대차그룹은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했다. 그는 2019년 경영진과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만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타운홀미팅을 도입하고 그해 10월엔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차 판매량이 아니라 가장 진보적인 기업문화로 1등 하는 회사,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요 주주인 칼라일그룹에는 “스타트업처럼 더 자유롭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실질적인 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복장은 물론 근무 시간·장소를 자율화했다. 여름철이면 반바지에 샌들을 신은 직원도 쉽게 볼 수 있다. 2019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없앴다. 현업 부서가 ‘스펙’ 대신 필요한 직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수시로 채용할 수 있게 했다.

각각 6단계, 5단계에 이르던 임원과 직원 직급도 4단계, 2단계로 단순화했다. 회사 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겠다는 의지에서다. 정 회장은 장황한 보고서와 대면 결재를 없앴다. 급할 땐 모바일 메신저로 보고받고 피드백도 몇 시간 안에 직접 한다. 현대차의 한 직원은 “‘모두가 건강하게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게 저의 일’이란 회장의 말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