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관련 주요 책임자로 구속 기소된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의 첫 공판기일에서 핼러윈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경찰 측 증언이 나왔다.

정현욱 용산서 112상황실 운영지원팀장은 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핼러윈에 다중인파가 올 것이라는 건 용산서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사람이 밀집했다"고 진술했다.

정 팀장은 지난해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서 차원의 종합치안대책 문건을 작성했다. 핼러윈 시기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밀집하고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이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정 팀장은 핼러윈 2주 전인 지난해 10월 15∼16일 '이태원 지구촌 축제' 현장을 이 전 서장, 송병주(52·구속기소)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함께 찾기도 했다.

정 팀장은 "(당시 현장에서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은 핼러윈 때 사람이 붐벼서 교통이 마비된다'고 말했더니 서장이 '왜 핼러윈 때는 도로를 통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당일 이태원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사고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또 112 신고나 무전을 듣고도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자신의 부실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시각, 경찰 구조활동 내역을 상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있다.

정 팀장은 참사 발생 직후 상황보고서 2보를 작성하는 과정에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각이 잘못 기재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1보에) 오후 10시17분까지 조치 상황이 적혀있고 내가 다음 상황부터 기재해야 했다"며 "서장의 도착시간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송 전 실장 등에게 "이렇게 기재하면 허위라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압사사고 위험을 인지하고도 차도의 인파를 오히려 인도로 다시 밀어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송 전 실장의 혐의와 관련해 "실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송 전 실장의 지시는 인파가 차로를 점거하지 않게 통제하라는 의미였다"며 "위력이나 유형력을 행사해 현장 경찰 8명이 인파를 (인도로) 올리는 건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