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 한경DB
금괴 / 한경DB
중국의 수요 회복과 미국의 지방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금값이 급등해 사상 최고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을 보유하는 게 불리한 시기임에도, 러시아와 중국 등 안팎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금값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선 이날 오전 금 1개월 선물이 트로이온스당 2017달러40 센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파산사태와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소폭 인상 등의 여파로 지난 4일엔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인 트로이온스당 2072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 현물 가격 역시 사상 최고가인 2072달러49센트를 기록했다.
美은행 흔들리자 사상 최고가 갱신하는 금값 [원자재 포커스]
중국 소비자들은 올해 1분기에 장신구와 골드바, 동전 등을 대거 사모았고, 미국 지역 은행 4곳이 파산하는 등 은행 부실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 외 지역 투자자들도 금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각 국 중앙은행들이 금괴 1087을 매입하는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값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미국이 러시아를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시키는 제재를 시행한 이후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해 중동 주요국 등 비서방 국가들은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을 사들였다. 세계금협회(WGC)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각 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는 올해들어서도 이어져 1분기만 228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값 랠리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존 리드 WGC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값이 더 오를 수 있을지는 미국 은행 위기 악화 여부와 Fed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확신 등 달려있다"며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분명한데 계속 상승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등 금값을 끌어내릴만한 요인도 상당하다. Fed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 지난해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자금이 꾸준히 유출됐다. 1분기 ETF 유출은 15억 달러에 해당하는 29톤으로 소폭 진정됐다 은행 위기가 시작된 지난 3월에는 11개월 동안 이어진 유출이 멈췄기 때문이다. 높은 금값으로 인해 장신구 등의 수요가 감소한 것도 악재다. 가격에 민감한 인도 시장의 판매가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 1분기 주얼리 판매는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