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파티' 대폭 줄이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공짜 마사지, 점심 뷔페 등 직원들에게 다양한 특전을 제공해 온 구글이 변했다. 최근 직원들에게 주던 특전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구글뿐 아니라 메타, 트위터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메타는 무료 세탁 서비스를 종료했고, 세일즈포스 역시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제공하던 휴양 시설 이용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한 ‘군비 경쟁’으로까지 비유되던 특전이 이제는 철 지난 수단이 돼버렸다는 말이 나온다. 대량 해고에 복지비용 절감까지 이어지면서 미국 빅테크의 황금기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확대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런 분위기를 특전(perks)과 침체(recession)의 합성어인 ‘퍼크세션(perk-cession)’이라 부르기도 했다.

특전 감소의 이유는 경기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들어 구글, 메타 등 거대 테크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목표로 내걸었다. 루스 포라트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3월 말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의 제목이 바로 ‘지속적인 절약에 대한 전사적 OKR(목표와 핵심 결과)’이었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2023년을 ‘효율성의 해’라고 명명했다.

팬데믹으로 사무실 근무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인식의 변화도 일어났다. 재택 및 원격 근무가 늘면서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근무 환경에서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물어보게 된 것이다. 시스코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연성(23%)은 높은 보수(34%) 다음으로 회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특전이 사무실 복귀 유인책으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구성원 역시 이런 특전을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느끼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의 포스팅 7만 개를 분석한 결과, 체육관이나 공짜 음식을 언급한 비율이 2019년 8.3%에서 팬데믹을 지난 2022년 12월 4%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특전 및 복리후생이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데이터에 기반해 효과적이지 않은 지출 영역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전직 임원인 케발 데사이는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를 통해 “불경기를 내부적으로 간소화, 능률화의 기회로 삼는다”며 “인기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복지 파티' 대폭 줄이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WSJ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을 ‘아이폰 모멘트’라고 부르고 있다. 구글 역시 ‘속도와 효율성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절감’이라는 목표가 ‘특히 AI와 같은 투자 기회’에 대비한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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