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바람…우리회사에는 어떤 방식이 맞을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10분 후면 일(Work)을 마치고, 삶(Life)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오후 1시50분, PC 화면에 뜬 업무종료 예고 메시지다. 이어 PC 차단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가 작동한다. 오후 2시 정각,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모니터 전체가 파란화면으로 변한다. 주4.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 기업의 금요일 오후 풍경이다.
일상이 회복되자 대부분의 조직이 오피스 근무로 업무방식을 되돌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유연근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연근무는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퍼스트 오피스 정책은 자신들을 신뢰하지 않는 조치라며 반발한다.
하이브리드 근무, 시차출퇴근제, 근로시간계좌제 등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이는 당연시 여겨지는 주5일 근무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헨리 포드가 주5일제를 도입한지 약 100년 만의 일이다. 헨리 포드가 주5일 근무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일주일에 6일,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이 일상이었다. 근로자의 건강은 열악했고 생산성 역시 낮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드 자동차는 대량 생산라인을 도입하며 주5일제로 전환했다. 포드의 유산은 오늘날 업무방식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100년이 지난 지금, 주5일제를 벗어나 주4일 근무라는 새로운 바람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시범운영을 통해 주4일제의 장단점을 가늠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5~2019년 동안 35시간 주4일제를 실험했다. 연봉은 동일하게 유지한 채 불필요한 회의와 휴식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생산성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줄어 들었다. 현재 아이슬란드 기업의 약 85%가 주4일제를 실시한다.
벨기에는 근무시간과 급여는 기존처럼 유지하면서 주4일 근무하는 법을 2022년 11월부터 시행했다.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유지해도 되고, 하루 근무시간을 최대 10시간까지 늘려 주4일 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 근무방식 선택은 근로자 요청으로 가능하다. 회사가 이를 거절하려면 명확한 사유를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 스페인은 2022년 가을부터 주4일제 시범 참여기업에 예산을 지원한다. 희망직원에 한해 주당 근무시간을 최소 10% 줄이고 임금을 낮추는데, 급여 손해액을 정부가 일부 보전하여 임금 감소를 최소화한다.
국내에서도 주5일보다 적게 일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 CJ ENM, 카카오게임즈,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 주4.5일제와 격주 4일제를 채택한 대표적 기업이다. 주4일제를 전격 도입한 기업도 있다. 휴넷은 2년간 운영해온 주4.5일제를 확대하여 2022년부터 주4일제를 운영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주32시간제를 적용 중이다.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고,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기존보다 30분 일찍 끝내는 방식이다.
주4일제 모델은 크게 두 가지 형태다. 4일치 업무를 하면서 기존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방식과, 5일치 업무량을 4일 동안 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전자다. 기존보다 생산성 있게 일해 근무일을 4일로 단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모든 기업에 통하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이나 정해진 기간 내에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일하는 시간 자체를 줄이면 생산량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5일치 근무량을 4일에 압축적으로 일하는 후자로 흐른다. 실제로 주4일제를 시행하며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려 생산성을 유지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임금감소 가능성이다. 주4일제는 기본적으로는 임금 삭감없는 근무일 축소를 가정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줄면 그에 따라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HR의 입장이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4일제를 반기는 사람일지라도 임금이 감소하면 주4일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44%에 달한다. 임금수준 유지는 주4일제 도입의 핵심 쟁점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기업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은 대체적으로 주4일 근무를 반기는 분위다. 그렇다고 줄어든 근무일에 맞춰 구성원이 알아서 생산성 있게 일할 것이라는 안일한 접근은 위험하다. 헨리 포드가 대량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주5일 근무 전환을 이끌어냈듯, 변화를 뒷받침할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테크기업와 스타트업은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운영에 민첩성과 혁신을 중요시 여긴다. 이런 이유로 주4일제 도입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회의 없는 날 등과 같은 간편한 조치로 업무 집중력을 높여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주4일제 전환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총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주4일제 적용이 부담된다면 압축근무로 시작해 볼 수 있다. 주당 40시간 근무는 유지하되, 이를 4일에 걸쳐 압축적으로 일하고 하루를 더 쉬는 방식이다.
다른 산업에서도 근무일 단축은 가능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확립된 일하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컨설팅과 로펌은 보통 시간 단위로 일하고 비용을 청구한다. 적은 시간을 일한다는 것은 자칫 수입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 비용 청구 방식을 시간 단위에서 프로젝트의 가치 단위로 전환하거나, 고객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간접 업무를 줄이는 준비가 필요하다.
조직 외부와의 업무보다는 조직 내부 업무 비중이 높은 기업은 모든 직원이 같은 날에 근무하고 함께 쉬는 주4일제가 효율적이다. 반대로 일주일 내내 일이 돌아가야 하거나 고객과의 협업이 많은 비즈니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구성원마다 주4일 근무일을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고객과 파트너 입장에서 주5일 근무와 다를 바 없게 비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근무일을 설정하는 원칙과 더불어, 동료가 쉬는 날의 대처 방안이 준비돼야 한다.
선택형 주4일제 근무도 고려해 볼 만하다. 동료와의 교류, 소속감, 대면 근무의 생산성, 오피스에서의 집중감 등의 이유로 주5일제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누군가는 압축적인 근무와 긴 휴식, 가정생활에 보다 많은 시간 할애 등의 이유로 주4일제를 희망한다. 주4일제에 대한 선호가 구성원마다 갈리는 경우, 주4일 근무 여부를 개인에게 맡기는 게 낫다.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때 업무에 보다 몰입할 수 있다. 특히 개인화 성향이 강한 요즘 세대에게는 선택형 주4일제가 보다 적합하다.
논란과 이슈에도 불구하고 주4일 근무는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무시간만 줄고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운다고 기대하는 생산성을 보장할 순 없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38개국 중 5번째로 많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위에 그쳤다. 성과는 근로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듯하다. 북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연간 근무시간은 적은데 생산성이 높다. 비결이 뭘까? 어쩌면 적은 근무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업무 효율을 높여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실험이 본격화됐다. 주5일제가 지금의 모든 근무방식을 대표하지 않듯, 주 4일제 역시 모든 상황에 적합한 일하는 방식이 될 수 없다. 어떠한 일하는 방식이 우리 조직에 맞는지 실행해 보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보다 유효한 시대다. 남들보다 한발 앞선 주4일 근무를 고민해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HR컨설팅 서비스 리더
일상이 회복되자 대부분의 조직이 오피스 근무로 업무방식을 되돌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유연근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연근무는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퍼스트 오피스 정책은 자신들을 신뢰하지 않는 조치라며 반발한다.
하이브리드 근무, 시차출퇴근제, 근로시간계좌제 등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이는 당연시 여겨지는 주5일 근무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헨리 포드가 주5일제를 도입한지 약 100년 만의 일이다. 헨리 포드가 주5일 근무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일주일에 6일,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이 일상이었다. 근로자의 건강은 열악했고 생산성 역시 낮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드 자동차는 대량 생산라인을 도입하며 주5일제로 전환했다. 포드의 유산은 오늘날 업무방식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100년이 지난 지금, 주5일제를 벗어나 주4일 근무라는 새로운 바람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시범운영을 통해 주4일제의 장단점을 가늠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5~2019년 동안 35시간 주4일제를 실험했다. 연봉은 동일하게 유지한 채 불필요한 회의와 휴식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생산성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줄어 들었다. 현재 아이슬란드 기업의 약 85%가 주4일제를 실시한다.
벨기에는 근무시간과 급여는 기존처럼 유지하면서 주4일 근무하는 법을 2022년 11월부터 시행했다.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유지해도 되고, 하루 근무시간을 최대 10시간까지 늘려 주4일 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 근무방식 선택은 근로자 요청으로 가능하다. 회사가 이를 거절하려면 명확한 사유를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 스페인은 2022년 가을부터 주4일제 시범 참여기업에 예산을 지원한다. 희망직원에 한해 주당 근무시간을 최소 10% 줄이고 임금을 낮추는데, 급여 손해액을 정부가 일부 보전하여 임금 감소를 최소화한다.
국내에서도 주5일보다 적게 일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 CJ ENM, 카카오게임즈,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 주4.5일제와 격주 4일제를 채택한 대표적 기업이다. 주4일제를 전격 도입한 기업도 있다. 휴넷은 2년간 운영해온 주4.5일제를 확대하여 2022년부터 주4일제를 운영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주32시간제를 적용 중이다.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고,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기존보다 30분 일찍 끝내는 방식이다.
주4일제 모델은 크게 두 가지 형태다. 4일치 업무를 하면서 기존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방식과, 5일치 업무량을 4일 동안 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전자다. 기존보다 생산성 있게 일해 근무일을 4일로 단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모든 기업에 통하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이나 정해진 기간 내에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일하는 시간 자체를 줄이면 생산량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5일치 근무량을 4일에 압축적으로 일하는 후자로 흐른다. 실제로 주4일제를 시행하며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려 생산성을 유지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임금감소 가능성이다. 주4일제는 기본적으로는 임금 삭감없는 근무일 축소를 가정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줄면 그에 따라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HR의 입장이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4일제를 반기는 사람일지라도 임금이 감소하면 주4일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44%에 달한다. 임금수준 유지는 주4일제 도입의 핵심 쟁점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기업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은 대체적으로 주4일 근무를 반기는 분위다. 그렇다고 줄어든 근무일에 맞춰 구성원이 알아서 생산성 있게 일할 것이라는 안일한 접근은 위험하다. 헨리 포드가 대량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주5일 근무 전환을 이끌어냈듯, 변화를 뒷받침할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테크기업와 스타트업은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운영에 민첩성과 혁신을 중요시 여긴다. 이런 이유로 주4일제 도입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회의 없는 날 등과 같은 간편한 조치로 업무 집중력을 높여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주4일제 전환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총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주4일제 적용이 부담된다면 압축근무로 시작해 볼 수 있다. 주당 40시간 근무는 유지하되, 이를 4일에 걸쳐 압축적으로 일하고 하루를 더 쉬는 방식이다.
다른 산업에서도 근무일 단축은 가능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확립된 일하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컨설팅과 로펌은 보통 시간 단위로 일하고 비용을 청구한다. 적은 시간을 일한다는 것은 자칫 수입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 비용 청구 방식을 시간 단위에서 프로젝트의 가치 단위로 전환하거나, 고객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간접 업무를 줄이는 준비가 필요하다.
조직 외부와의 업무보다는 조직 내부 업무 비중이 높은 기업은 모든 직원이 같은 날에 근무하고 함께 쉬는 주4일제가 효율적이다. 반대로 일주일 내내 일이 돌아가야 하거나 고객과의 협업이 많은 비즈니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구성원마다 주4일 근무일을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고객과 파트너 입장에서 주5일 근무와 다를 바 없게 비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근무일을 설정하는 원칙과 더불어, 동료가 쉬는 날의 대처 방안이 준비돼야 한다.
선택형 주4일제 근무도 고려해 볼 만하다. 동료와의 교류, 소속감, 대면 근무의 생산성, 오피스에서의 집중감 등의 이유로 주5일제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누군가는 압축적인 근무와 긴 휴식, 가정생활에 보다 많은 시간 할애 등의 이유로 주4일제를 희망한다. 주4일제에 대한 선호가 구성원마다 갈리는 경우, 주4일 근무 여부를 개인에게 맡기는 게 낫다.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때 업무에 보다 몰입할 수 있다. 특히 개인화 성향이 강한 요즘 세대에게는 선택형 주4일제가 보다 적합하다.
논란과 이슈에도 불구하고 주4일 근무는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무시간만 줄고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운다고 기대하는 생산성을 보장할 순 없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38개국 중 5번째로 많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위에 그쳤다. 성과는 근로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듯하다. 북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연간 근무시간은 적은데 생산성이 높다. 비결이 뭘까? 어쩌면 적은 근무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업무 효율을 높여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실험이 본격화됐다. 주5일제가 지금의 모든 근무방식을 대표하지 않듯, 주 4일제 역시 모든 상황에 적합한 일하는 방식이 될 수 없다. 어떠한 일하는 방식이 우리 조직에 맞는지 실행해 보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보다 유효한 시대다. 남들보다 한발 앞선 주4일 근무를 고민해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HR컨설팅 서비스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