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저럼한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차량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전기차와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등 고가 모델 위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차량 할부 이자가 높아져 서민들이 새차 구입하기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최근 급감한 중저가 신차 판매량을 지적하며 “아메리칸 드림의 하나였던 새차 구입의 꿈이 대다수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신차 평균 가격은 4만8008 달러 (약 6370만 원)이다. 이는 2020년 3월과 비교해 무려 30%가 오른 수준이다. 신차 구매한 사람중 소득 하위 20%의 비율은 지난 11년 사이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반면 상위 20% 고소득층의 신차 구매 비중은 1984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갔다.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등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성이 높은 고급차 생산을 늘리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형차 생산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제너럴모터스(GM)는 소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EV를 단종켰다. 볼트EV는 2016년 출시된 경제적인 전기차로 꼽혔다. GM은 또 1만3600달러부터 시작하는 경차 스파크도 단종시켰다. 이 차는 2021년에도 2만4400대 이상이 팔렸다. GM은 고가 모델인 GMC 허머EV와 캐딜락EV 등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전반적인 차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에서 6만 달러 이상인 차량 모델이 2017년 61종이었으나 2021년에 76종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90종, 2023년 3월에는 94종으로 늘었다.

신차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자동차 기업들이 이익은 크게 늘어났다. 2019년에는 미국에서 연간 170만 대의 신차가 판매됐으나 작년엔 139만대에 그쳤다. 그럼에도 미국 완성차 업체의 지난해 수입은 2019년에 비해 150억 달러 (약 20조 원)가 증가했다. 이는 그만큼 고급 차를 많이 팔았다는 뜻이다.

차량 할부 금리 상승도 젊은이들과 저소득층이 신차를 사기 어려워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시작, 연 0~0.25%였던 기준금리가 연 5~5.25%로 급등했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작년 여름 미국 자동차 구매자의 월 할부금은 평균 686달러(약 91만원)였으나 지난달에는 730달러(약 97만원)로 상승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