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일식 오마카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술은? [긱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류시장 판 바꾸는 데이터
주류시장은 여전히 '밀어넣기 영업'이 통합니다. 어떤 술이 어디에 얼마나 팔릴지를 모르기 때문이죠. 전통적인 주류산업에 데이터를 앞세워 스마트 물류 시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2017년 설립한 벨루가브루어리는 최근 지역별 연령별 잘 팔리는 주류 수요를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HL홀딩스와 손잡고 스마트 주류 물류 플랫폼에 도전했습니다. 중국 타오바오와 같은 주류 시장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온라인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벨루가브루어리가 30년 물류 경험과 인프라를 갖춘 HL홀딩스와 손잡고 주류 전문 물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사는 3분기 중 주류 전문 풀필먼트 서비스 '타이드'(TIDES)를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전에 없던 스마트 풀필먼트 도입으로 주류 물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10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본사에서 만난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는 "벨루가의 주류 유통 데이터와 HL홀딩스의 물류 경험과 인프라가 결합해 주류 전문 물류 풀필먼트 타이드가 탄생했다"며 "주류 유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과 운송 경로 최적화를 이뤄 주류 물류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첨삭 플랫폼 에디켓, 게스트하우스 예약 플랫폼 지냄의 창업 멤버였던 김 대표는 2017년 벨루가를 창업하며 디지털과는 동떨어져 있던 주류산업에 뛰어들었다. 벨루가는 온라인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며 주류 제조·수입사→도매상→상점으로 이어지는 주류시장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현재 전국 1만여 개 상점과 300여개 공급사, 도매상 400여개 사가 벨루가 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이들이 거래한 이력을 바탕으로 수요 예측 데이터, 정밀한 타깃 마케팅, 거래처 전용 발주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30년 넘게 자동차 부품 물류를 해온 HL홀딩스 역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주류 물류사업에 뛰어들었다. 경기 화성 동탄에 연면적 10만2574㎡(3만1028평) 규모의 동양 최대 냉장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검역·통관부터 콜드 체인 수송·배송까지 엔드투엔드(End To End) 서비스가 가능하다.
벨루가의 소프트웨어와 HL홀딩스의 하드웨어가 결합한 타이드는 ▲ 적시 수요 예측 ▲ 낱개·혼합 배송 ▲ 물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 콜드 체인 보관·운송 등 기존 주류 물류 시장에 없는 스마트 물류 풀필먼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각 상점에서 벨루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발주하면 타이드에서 자동 출고해 상점까지 직접 배송이 가능하다. 또 주류 수입·제조사 등 공급사가 벨루가 플랫폼에 상품 정보를 올리기만 하면 타이드가 수입부터 상점 영업 및 납품까지 가능한 '직배송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DX)을 앞세운 스마트 풀필먼트의 등장으로 주류 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류 물류 시장은 KCTC, 나라셀러, 에르메스로직스, 글로벌스타로지스틱스 등 물류회사가 공급사로부터 물건을 받아 도매상에 ‘포워딩’(전달)하면, 전국 1200여개 도매상이 상점에 배송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Q. 왜 주류산업에 뛰어들었나요.
A. 2015년부터 고속철도 자유이용권인 ‘내일로’ 이용과 중국 개인 관광객이 늘면서 게스트하우스 예약 플랫폼 '지냄'에 전략이사로 합류했어요. 내일로 기차를 타고 직접 숙소에 가서 사진 찍고 가격 정보를 확인해 플랫폼에 올리며 시장을 장악했는데, 곧 후발주자가 나오더라고요. 저희 홈페이지를 크롤링해서 똑같이 만들고 가격을 1000원 싸게 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그때 결심했어요. 플랫폼으로 수수료 장사는 하지 않기로요. 수익 한계가 명확하니까요. 디지털화가 안 돼 있으면서도 쇠퇴기가 없는 시장이 어디일지 고민했어요. 그게 주류산업이었죠.
Q. 주류업계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혁신을 만들고 있나요.
A. 현재는 수많은 주류 스타트업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반쪽짜리 온라인 통신판매에 그치는 상황이에요. 주류 제조·수입사부터 도매상, 상점, 개인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주류 유통 사슬에서 스마트 오더 플랫폼은 마지막 단계만 담당하기 때문이죠.
Q. 그럼 벨루가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온라인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며 주류 제조·수입사→도매상→상점으로 이어지는 주류시장의 유통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확보했어요. 현재 전국 1만여 개 상점과 300여개 공급사, 400여개 도매상이 벨루가 플랫폼을 사용 중이에요. 이들이 거래한 이력을 바탕으로 수요 예측 데이터, 정밀한 타깃 마케팅 솔루션, 거래처 전용 발주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Q.데이터로 돈을 버는 건가요.
A. 우리의 강점은 주류 영업의 실마리가 되는 '세일즈 리드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거죠. 연령·성별 고객들이 어떤 상권에서 어떤 술을 사고 있는지와 같은 세분된 유통 정보를 갖고 있어요. 용산의 일식 오마카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술은 1만5000원짜리 사케다, 이런 정보 말이죠. 벨루가는 수수료 없이 주류 주류 제조·수입사에 상품 수요예측 데이터와 마케팅 솔루션을 파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독모델로 돈을 벌고 있어요. 지난해 4분기에 이미 월 당기 순이익을 달성했고요. 또 도매상에는 재고 리스크 없는 거래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어요.
Q. 데이터가 말해주는 주류 시장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A. 주류 시장은 쇠퇴기가 없는 필수재에 가까운 기호상품이에요. 2013년 이후 1970·80년대생 미국 유학파들이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수제 맥주를 시작했어요. 어메이징브루어리가 대표적이죠. 코로나를 겪으며 와인·위스키 같은 고급 주류가 편의점에서 쉽게 보여요. 고급 주류를 맛보기 시작하며 주류시장이 성장기 초기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어요.
Q. 창업 초기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피보팅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처음부터 주류 도매 유통을 하고 싶었어요. 스마트 오더 플랫폼처럼 가격 경쟁을 해야하는 사업모델 보다는 유통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창업 초기 주류 수입사, 도매상과 많이 만나면서 느낀 게 이들과 사업을 하려면 일단 술을 많이 사야 하겠구나 싶었죠. 마침 국세청이 야구장의 비어 보이처럼 음식과 함께 파는 맥주에 한해 배송을 허용하면서 수제 맥주 정기구독 서비스로 벨루가를 시작했어요. 이후 CJ 밀키트와 수제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국세청에서 정기배송은 본래 주류 고시 개정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며 또 안 된다고 하면서 사업을 끝냈어요. 그즈음 유통 플랫폼 개발도 마무리되고 주류 도매상 설득도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제 맥주 정기 구독 사업은 정리했어요. 주류업계와 관계를 맺는 데 3년이 걸린 셈이었죠. Q. 해결하고자 하는 주류 시장 문제는 무엇인가요.
A. 모든 주류 공급사의 문제가 어디에 어떤 상품을 팔아야 할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여전히 상점에 밀어 넣기 영업을 하는 게 8할 이상이에요. 영업사원이 '오늘은 상수에 가볼까? 사장님 계세요?' 하는 영업 방식이 여전하죠. 데이터가 없으니깐요. 수요 예측이 안 되다 보니 수입사는 안 팔리면 유통기한 임박해 헐값에 풀어야 하고요. 물류회사도 보관만으로는 돈이 안 되죠. 벨루가는 스마트 주류 물류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해요. 공급사는 잘 팔리는 상품 가격대와 수요가 예측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만 수입하고, 물류도 데이터 기반 운송경로 최적화를 통해 쿠팡처럼 한 번에 배송하는 거죠.
Q. HL홀딩스와 공동으로 하는 주류 물류 서비스는 어떤 건가요.
A. HL홀딩스의 물류 인프라와 벨루가의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주류 물류 풀필먼트 '타이드'를 3분기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적시 수요 예측, 낱개·혼합 배송, 물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콜드 체인 보관·운송 등 기존 주류 물류 시장에 없는 스마트 물류 풀필먼트 서비스죠. 물류를 넘어 온라인 영업 서비스도 제공하는데요. 벨루가 플랫폼과 연동해 공급사는 상품 영업 및 신규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각 상점에서 벨루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발주하면, 타이드 물류 센터에서 자동 출고해 상점까지 직접 배송하는 거죠.
Q.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동사업이 성사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A. HL홀딩스가 지난해 아이템 다각화로 주류 물류사업을 결정하면서 벨루가를 파트너로 선택했어요. HL홀딩스는 30년 넘게 자동차 부품 물류 경험을 쌓은 회사예요. 전 세계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회사이다 보니 물류 노하우가 대단하더라고요. 자동차 부품을 다루면서 적시 물류에 최적화되어 있고, 나사 하나하나까지 재고 파악이 가능하죠. 여기에 경기 화성 동탄에 연면적 10만2574㎡(3만1028평) 규모의 동양 최대 냉장 물류센터를 설립하며 물류 인프라도 갖췄고요. 검역·통관부터 콜드 체인 수송·배송까지 엔드투엔드(End To End) 서비스가 가능하죠.
Q. 창업가 DNA는 타고난 건가요.
A. 벨루가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고비마다 '티켓값'을 지불하며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개인 빚이 쌓여 이마트 하역장 아르바이트도 했죠. 포기할 만한 순간은 많았죠. 그런데 끝을 한번 보고 싶었어요.
Q.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지그재그나 에이블리에선 고등학생도 월 1억원을 벌 수 있죠. 그런 생태계를 주류 시장에서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도매상은 벨루가 플랫폼에서 발주하면 발주 들어온 만큼만 사입하면 돼 재고 리스크가 없게 됩니다. 포르투갈 와이너리와 판권을 계약한 1인 수입사도 벨루가 플랫폼에 상품정보를 올리기만 하면, 수입부터 영업과 납품까지 한 번에 다 되는 거죠. 중국 광군제에 타오바오에서 올리는 매출이 100조원이 넘어요. 다양한 가격대 상품이 있다 보니 매출 전환이 일어나는 거죠. 주류산업도 타오바오 같은 생태계를 깔아 놓으면 시장이 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10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본사에서 만난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는 "벨루가의 주류 유통 데이터와 HL홀딩스의 물류 경험과 인프라가 결합해 주류 전문 물류 풀필먼트 타이드가 탄생했다"며 "주류 유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과 운송 경로 최적화를 이뤄 주류 물류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첨삭 플랫폼 에디켓, 게스트하우스 예약 플랫폼 지냄의 창업 멤버였던 김 대표는 2017년 벨루가를 창업하며 디지털과는 동떨어져 있던 주류산업에 뛰어들었다. 벨루가는 온라인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며 주류 제조·수입사→도매상→상점으로 이어지는 주류시장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현재 전국 1만여 개 상점과 300여개 공급사, 도매상 400여개 사가 벨루가 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이들이 거래한 이력을 바탕으로 수요 예측 데이터, 정밀한 타깃 마케팅, 거래처 전용 발주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30년 넘게 자동차 부품 물류를 해온 HL홀딩스 역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주류 물류사업에 뛰어들었다. 경기 화성 동탄에 연면적 10만2574㎡(3만1028평) 규모의 동양 최대 냉장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검역·통관부터 콜드 체인 수송·배송까지 엔드투엔드(End To End) 서비스가 가능하다.
벨루가의 소프트웨어와 HL홀딩스의 하드웨어가 결합한 타이드는 ▲ 적시 수요 예측 ▲ 낱개·혼합 배송 ▲ 물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 콜드 체인 보관·운송 등 기존 주류 물류 시장에 없는 스마트 물류 풀필먼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각 상점에서 벨루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발주하면 타이드에서 자동 출고해 상점까지 직접 배송이 가능하다. 또 주류 수입·제조사 등 공급사가 벨루가 플랫폼에 상품 정보를 올리기만 하면 타이드가 수입부터 상점 영업 및 납품까지 가능한 '직배송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DX)을 앞세운 스마트 풀필먼트의 등장으로 주류 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류 물류 시장은 KCTC, 나라셀러, 에르메스로직스, 글로벌스타로지스틱스 등 물류회사가 공급사로부터 물건을 받아 도매상에 ‘포워딩’(전달)하면, 전국 1200여개 도매상이 상점에 배송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Q. 왜 주류산업에 뛰어들었나요.
A. 2015년부터 고속철도 자유이용권인 ‘내일로’ 이용과 중국 개인 관광객이 늘면서 게스트하우스 예약 플랫폼 '지냄'에 전략이사로 합류했어요. 내일로 기차를 타고 직접 숙소에 가서 사진 찍고 가격 정보를 확인해 플랫폼에 올리며 시장을 장악했는데, 곧 후발주자가 나오더라고요. 저희 홈페이지를 크롤링해서 똑같이 만들고 가격을 1000원 싸게 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그때 결심했어요. 플랫폼으로 수수료 장사는 하지 않기로요. 수익 한계가 명확하니까요. 디지털화가 안 돼 있으면서도 쇠퇴기가 없는 시장이 어디일지 고민했어요. 그게 주류산업이었죠.
Q. 주류업계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혁신을 만들고 있나요.
A. 현재는 수많은 주류 스타트업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반쪽짜리 온라인 통신판매에 그치는 상황이에요. 주류 제조·수입사부터 도매상, 상점, 개인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주류 유통 사슬에서 스마트 오더 플랫폼은 마지막 단계만 담당하기 때문이죠.
Q. 그럼 벨루가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온라인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며 주류 제조·수입사→도매상→상점으로 이어지는 주류시장의 유통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확보했어요. 현재 전국 1만여 개 상점과 300여개 공급사, 400여개 도매상이 벨루가 플랫폼을 사용 중이에요. 이들이 거래한 이력을 바탕으로 수요 예측 데이터, 정밀한 타깃 마케팅 솔루션, 거래처 전용 발주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Q.데이터로 돈을 버는 건가요.
A. 우리의 강점은 주류 영업의 실마리가 되는 '세일즈 리드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거죠. 연령·성별 고객들이 어떤 상권에서 어떤 술을 사고 있는지와 같은 세분된 유통 정보를 갖고 있어요. 용산의 일식 오마카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술은 1만5000원짜리 사케다, 이런 정보 말이죠. 벨루가는 수수료 없이 주류 주류 제조·수입사에 상품 수요예측 데이터와 마케팅 솔루션을 파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독모델로 돈을 벌고 있어요. 지난해 4분기에 이미 월 당기 순이익을 달성했고요. 또 도매상에는 재고 리스크 없는 거래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어요.
Q. 데이터가 말해주는 주류 시장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A. 주류 시장은 쇠퇴기가 없는 필수재에 가까운 기호상품이에요. 2013년 이후 1970·80년대생 미국 유학파들이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수제 맥주를 시작했어요. 어메이징브루어리가 대표적이죠. 코로나를 겪으며 와인·위스키 같은 고급 주류가 편의점에서 쉽게 보여요. 고급 주류를 맛보기 시작하며 주류시장이 성장기 초기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어요.
Q. 창업 초기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피보팅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처음부터 주류 도매 유통을 하고 싶었어요. 스마트 오더 플랫폼처럼 가격 경쟁을 해야하는 사업모델 보다는 유통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창업 초기 주류 수입사, 도매상과 많이 만나면서 느낀 게 이들과 사업을 하려면 일단 술을 많이 사야 하겠구나 싶었죠. 마침 국세청이 야구장의 비어 보이처럼 음식과 함께 파는 맥주에 한해 배송을 허용하면서 수제 맥주 정기구독 서비스로 벨루가를 시작했어요. 이후 CJ 밀키트와 수제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국세청에서 정기배송은 본래 주류 고시 개정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며 또 안 된다고 하면서 사업을 끝냈어요. 그즈음 유통 플랫폼 개발도 마무리되고 주류 도매상 설득도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제 맥주 정기 구독 사업은 정리했어요. 주류업계와 관계를 맺는 데 3년이 걸린 셈이었죠. Q. 해결하고자 하는 주류 시장 문제는 무엇인가요.
A. 모든 주류 공급사의 문제가 어디에 어떤 상품을 팔아야 할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여전히 상점에 밀어 넣기 영업을 하는 게 8할 이상이에요. 영업사원이 '오늘은 상수에 가볼까? 사장님 계세요?' 하는 영업 방식이 여전하죠. 데이터가 없으니깐요. 수요 예측이 안 되다 보니 수입사는 안 팔리면 유통기한 임박해 헐값에 풀어야 하고요. 물류회사도 보관만으로는 돈이 안 되죠. 벨루가는 스마트 주류 물류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해요. 공급사는 잘 팔리는 상품 가격대와 수요가 예측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만 수입하고, 물류도 데이터 기반 운송경로 최적화를 통해 쿠팡처럼 한 번에 배송하는 거죠.
Q. HL홀딩스와 공동으로 하는 주류 물류 서비스는 어떤 건가요.
A. HL홀딩스의 물류 인프라와 벨루가의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주류 물류 풀필먼트 '타이드'를 3분기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적시 수요 예측, 낱개·혼합 배송, 물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콜드 체인 보관·운송 등 기존 주류 물류 시장에 없는 스마트 물류 풀필먼트 서비스죠. 물류를 넘어 온라인 영업 서비스도 제공하는데요. 벨루가 플랫폼과 연동해 공급사는 상품 영업 및 신규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각 상점에서 벨루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발주하면, 타이드 물류 센터에서 자동 출고해 상점까지 직접 배송하는 거죠.
Q.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동사업이 성사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A. HL홀딩스가 지난해 아이템 다각화로 주류 물류사업을 결정하면서 벨루가를 파트너로 선택했어요. HL홀딩스는 30년 넘게 자동차 부품 물류 경험을 쌓은 회사예요. 전 세계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회사이다 보니 물류 노하우가 대단하더라고요. 자동차 부품을 다루면서 적시 물류에 최적화되어 있고, 나사 하나하나까지 재고 파악이 가능하죠. 여기에 경기 화성 동탄에 연면적 10만2574㎡(3만1028평) 규모의 동양 최대 냉장 물류센터를 설립하며 물류 인프라도 갖췄고요. 검역·통관부터 콜드 체인 수송·배송까지 엔드투엔드(End To End) 서비스가 가능하죠.
Q. 창업가 DNA는 타고난 건가요.
A. 벨루가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고비마다 '티켓값'을 지불하며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개인 빚이 쌓여 이마트 하역장 아르바이트도 했죠. 포기할 만한 순간은 많았죠. 그런데 끝을 한번 보고 싶었어요.
Q.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지그재그나 에이블리에선 고등학생도 월 1억원을 벌 수 있죠. 그런 생태계를 주류 시장에서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도매상은 벨루가 플랫폼에서 발주하면 발주 들어온 만큼만 사입하면 돼 재고 리스크가 없게 됩니다. 포르투갈 와이너리와 판권을 계약한 1인 수입사도 벨루가 플랫폼에 상품정보를 올리기만 하면, 수입부터 영업과 납품까지 한 번에 다 되는 거죠. 중국 광군제에 타오바오에서 올리는 매출이 100조원이 넘어요. 다양한 가격대 상품이 있다 보니 매출 전환이 일어나는 거죠. 주류산업도 타오바오 같은 생태계를 깔아 놓으면 시장이 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