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건기업의 주가 추이. 자료=논문
오너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건기업의 주가 추이. 자료=논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불공정거래에 연루됐단 의혹이 시장에 퍼지면서, 키움증권의 주가는 11거래일 연속으로 빠졌다. 지난달 14일 장중 52주 신고가인 11만500원를 터치하는 등 고공행진하던 주가 흐름이 해당 의혹을 즈음해서 뚝 끊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너가 연루된 위법행위 사건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9일 연구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지인 재무관리연구에는 '오너리스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단기 주가 반응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이황희 덕성여대 교수와 조용민 고려대 교수가 작성한 이 논문은 실증분석 결과 오너의 위법행위가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연구진은 혐의, 기소, 구속 순서의 세부절차별로 짚어볼 경우 '혐의의 첫 발생'과 '법원의 구속 판결' 때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검찰의 기소 결정' 때는 유의미한 반응이 없었는데, 이는 국내 형사사건에서 기소 이후 1심 판결의 유죄비율이 99%에 달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또 오너 위법행위 중 주가조작, 횡령·배임, 내부자거래 유형이 기업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모든 사건 구간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가 위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그렇지 않은 오너 대비 주가 낙폭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 기업 평판에 대한 우려 등이 시장에 반영됐다"며 "오너가 직접경영에 참여할 때 내부통제와 감시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카카오와 남양유업, 태광산업 등 그간 주식시장에서 오너리스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최근 들어선 키움증권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익래 회장은 폭락 SG증권발 폭락사태가 있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4만3245원에 처분, 605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 주가조작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김 회장을 폭락 배후로 거론하면서, 김 회장은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지난 4일 키움증권에 대한 대대적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여파로 다우키움그룹 상장사인 키움증권의 주가는 고꾸라졌다. 전일인 8일 3.03% 반등하긴 했지만, 직전 11거래일간 17% 넘게 빠졌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 사퇴를 밝혔지만 논란은 진행형이다.

한편 증권가는 김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만큼, 반등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일의 반등은 그간 크게 내린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추세적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며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주가가 약세를 면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짚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액의 미수채권 부담 등을 반영해 그간 주가가 가파르게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며 "김 회장의 연루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향후 주가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