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 장르 알리고 싶어"…이타미 준 건축물 사진 등 40여점 소개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 건축…건축사진가 김용관 DDP서 첫 전시
국내외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건축사진가 김용관이 개인 사진전을 연다.

그는 1990년 건축잡지에서 일하며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 '공간' 등 건축 잡지의 전속 작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대표적인 건축사진가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의 디자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은 프리랜서로 독립해 건축 사진을 찍어온 지 30년 만에 여는 첫 개인전이다.

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건축사진이라는 장르가 있고, 이런 사진을 찍는 전문가가 있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런 사진으로 멋진 건축물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40여점 전시작에는 이화여대 ECC(도미니크 페로),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김찬중), 사유원 소대(알바로 시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데이비드 치퍼필드), 부띠끄 모나코(조민석),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김태수) 등 랜드마크가 된 유명 건축물 사진들이 포함됐다.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 건축…건축사진가 김용관 DDP서 첫 전시
작가는 건축물을 단순한 피사체로만 보는 데서 벗어나 도시, 땅, 자연, 사람과의 관계를 읽어내려는 '시각적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할 때가 아니더라도 항상 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흥미로운 지점을 포착하고 이후 그곳을 다시 기록하러 가기도 한다.

사진비평가 최봉림은 이를 두고 "건축사진의 첫 번째 기능은 의뢰받은 건축물의 적절한 기록이지만 김용관은 여기서 머무르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는 건축물을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다"고 평했다.

전시에서는 이런 훈련의 결과물들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사유원 소대'는 경북 군위에 있는 수목원인 사유원에서 일종의 전망대인 '소대'를 찍은 사진이지만, 소대는 사진의 중심이 아닌 주변을 둘러싼 자연의 일부처럼 포착해 '풍경으로의 건축'을 보여준다.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 건축…건축사진가 김용관 DDP서 첫 전시
제주 비오토피아 수풍석 뮤지엄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타미 준의 건축물 사진도 여럿 나왔다.

작가는 2005년 여름 건축가가 의뢰한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그해 겨울 제주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눈밭 위의 건물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는 바로 제주행 비행기를 탔고 그렇게 찾은 현장에서 찍은 비오토피아 석뮤지엄과 설경이 어우러진 사진은 그의 대표작이 됐다.

건축가가 지은 웅장하고 멋진 건축물 외에도 서울 해방촌의 불 켜진 다세대주택 등 도시 속 삶의 세밀한 모습, 어둠 속 불을 밝힌 오피스 빌딩 사무실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도시의 표정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작가는 오프라인 전시에서 대형으로 인화한 사진 원판의 질(質)을 눈여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손바닥 안에서 모든 이미지를 소비하는 세상이지만 이번 전시에서 사진 본연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소셜미디어(SNS) 속 디지털 이미지가 전하지 못하는 사진의 매력을 경험해보라고 권했다.

전시는 8월6일까지. 무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