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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주류·담배·카지노' 죄악주 투자 전략 살펴보니
알고보면 경기방어株…약세장에서 빛 본다

작년 평균 수익률 6.89%, 올 들어 -7.40%로 전환
장기보단 단기투자 관점에서 접근 추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지자 일명 '죄악주'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거나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나빠질 경우 죄악주의 투자 매력은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할 때 죄악주를 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술과 담배 소비가 늘어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증시 통념에 속한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 매출의 반 이상을 마리화나 관련 사업을 통해 거두는 기업과 담배회사, 주류업체 등에 투자하는 'AdvisorShares Vice ETF'의 작년 수익률은 29.1%에 달했다. 이는 미국 주요 지수 등락률(다우지수 -8.78%·S&P500 -19.44%·나스닥지수 -33.10%)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다. 올 들어서도 이 ETF는 8.09%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국내 죄악주의 수익률은 어떨까, 작년 평균 수익률이 6.89%에 달했던 국내 죄악주들은 올 들어 마이너스(-) 7.40%를 기록 중이다. 성장률 둔화 등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죄악주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
[마켓PRO] 불황에 강한 '죄악주', 올 들어 주춤…"약세장 노려야"
국내에선 주류(하이트진로·롯데칠성·무학·국순당)를 비롯해 담배(KT&G), 카지노(파라다이스·강원랜드·롯데관광개발·GKL·더블유게임즈) 업종이 대표 죄악주로 꼽힌다. 죄악주는 경기 침체기에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철강이나 반도체 같은 업종과 달리 주류나 카지노 업종은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경기 방어주로 분류되는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경우 이 같은 경기 방어주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향후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기호식품인 주류나 담배 소비가 더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죄악주의 경우 단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경기침체가 길어질 경우 결국 경기방어주에 속하는 죄악주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국내 죄악주 중 주가 하락률이 가장 큰 종목은 롯데관광개발(-26.1%)이다. 그 뒤를 강원랜드(-19.4%), 파라다이스(-15.2%), 롯데칠성(-13.4%) 순으로 나타났다. 카지노 관련주의 경우 연초 중국 리오프닝 효과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으나 한·중관계 경색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상당히 컸다.

작년과 달리 올해 죄악주가 힘을 못 쓰는 배경에는 강세장이 있다. 연초부터 급격히 오른 주식시장이 죄악주 주목도를 낮추고 있는 것. 죄악주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약세장에서 빛을 본다.

작년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4.9%, 34.4% 급락할 때 죄악주의 평균 수익률은 6.89%에 달했다. 작년 주류 업종에선 좋은데이라는 소주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무학이 40% 넘게 급등했으며, 담배 업종인 KT&G 주가는 15.8% 상승했다. 카지노 업종에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43.7%)이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서는 유일하게 무학(19.1%)과 더블유게임즈(0.42%)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주류 관련주의 경우 주정(에탄올) 가격이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소주 등 주류 가격도 동반 인상될 수 있다는 호재성 이슈가 있다. 소셜카지노 업체인 더블유게임즈는 자사주 18만3745주를 소각하는 등 최근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이다.

일각에선 향후 조정장이 왔을 때 죄악주를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작년에는 불황기 경기방어주로 주목받으면서 수혜를 독점했지만, 올해 미 Fed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여전히 탄탄한 미국 고용시장 지표 등을 감안했을 때 아직 투자 시점이 오지 않았단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수출이 7개월 연속 역성장하는 등 곳곳에서 경기침체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경기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죄악주는 다르게 말하면 경기 방어주인데, 증시가 강세장에서 약세장을 전환될 때 죄악주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