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과학' 빠진 야당의 방사성 오염수 간담회
“정확한 자료를 통해 사실 조사를 하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한지 객관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석 정책위원회 의장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은 “정보 공개와 철저한 검증이 대원칙”이라며 꼼꼼한 현장 조사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정상회담에서 파견하기로 합의한 한국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보여주기’에 그쳐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객관적 검증’을 주장하는 민주당 간담회에 과학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간담회에는 오염수 방출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만 이름을 올렸다. 과학의 빈자리는 ‘투쟁’으로 채워졌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앞장서서 투쟁할 텐데 야당도 함께 나서서 투쟁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다”고 외쳤다. 다른 시민단체 대표는 “국민의 불안이 커지니 시민단체와 국회가 함께하는 기자회견을 시급히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다는 가정 아래 나온 발언이지만 어떻게 위험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야당 정치인들의 목소리에도 비판만 있고 과학은 없었다. 이 대표는 “오염수의 영향권에 드는 국가들이 민간 단위에서라도 공동 조사를 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태평양 도서 연안 국가를 자문해주는 과학자들과 달리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원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양이원영 의원의 지적이 그나마 과학적 접근에 가까웠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최대 쟁점은 ‘안전성’이다.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하더라도 삼중수소 등 미량의 방사성 물질까지 걸러낼 순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희석된 오염수의 방사능 농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자국 규제 기준보다 낮아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IAEA는 지난달 6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감시 체계를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오염수에 대한 불신과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과학의 영역이다. 과학은 빠진 채 “방사능 물고기 너나 실컷 먹으라”는 식의 마구잡이식 논쟁은 또 하나의 괴담 유포일 뿐이다.